2006
ㅡ풍경 1
들꽃 향기로운 유월이다
이름 모를 들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연보랏빛 꽃에 은은한 향이 곱다
어제오늘 마치 초가을처럼 맑고 화창한 날씨
푸른 숲을 흔들며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들리는 사람마다 뷰리풀 데이를 합창한다
참 아름다운 뉴저지의 유월이다
유월 들길을 걷노라면 은은히 감겨오는 꽃향기
향기 흐르는 방향으로 따라가보니
토끼풀꽃 깔려있고 인동초 덤불이 한무더기다
바람결 타고 먼데서 스쳐오는 향기에는
찔레꽃 향도 한자락 스며들었다
유월, 길가에 자잔한 들꽃이 피어있다
하얀꽃 분홍꽃 노랑꽃 보라꽃, 온데 꽃천지다
연보랏빛 스위트피도 도로변을 따라 지천으로 피었다
꽃무리 위에 호박벌만큼 큰 왕벌이 떼 지어 윙윙댄다
시나브로 아카시아꽃 지고
푸르름 날로 깊어가는 산야
아카시아 나무 쭉 뻗은 허리짬에
돌출한 무언가가 언뜻 드러난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보니 묘하게 자연물을 이용해 지은 딱따구리 집이다
나무 둥치에 상지 버섯 비슷하니 부챗살처럼 돋은 버섯을 지붕 삼았다
수천만 번 부리로 쪼아 둥글게 구멍을 파내 제 처소를 만든 딱따구리
그 지혜도 놀랍고 노고도 치하할 만
존재하는, 세상 모든 생명 있는 것에 새록새록 이는 경외심
사방 신록이 짙어지는 이즈음
반갑잖은 불청객도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바로 송충이, 아니 소나무가 없으니 그냥 쐐기 종류다
지난겨울의 이상난동으로 올해 유난히 극성인 벌레들
송충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왠지 몸이 군실거리며 영 느낌이 고약스럽다
헌데 그게 잘못 입력된 선입견 아니면 고정관념인지도 모르겠다
그 벌레를 만져도 아무렇지가 않았다(물론 나는 못 만진다)
당장 독이 든 가시에 쏘여서 벌겋게 부풀거나 가려울 것 같은 데
옆집 이쁘장하게 생긴 일곱 살짜리 여아인 아드리아나는 그걸 데리고 논다
까만 눈동자가 아름다운 아드리아나는 이탈리아 계인데
벌레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주 귀엽다는 표정이다
손바닥에서 손목을 향해 꼬물거리며 기어가는 털이 많은 그 징그러운 벌레가 귀엽다니
세상에나!
하긴 어느 친구는 자기 손녀딸이 비 오는 날 벌렸던 기행에 대해 놀라워 했다
마당에 기어 다니는 굵은 지렁이를 귀엽다며 집어 들고 방에 들어와 탁자에 올려놓아 기겁을 했더란다
어서 내다 버리라고 소리를 빽 질렀더니 딸이 그러더라나
엄마, 자연의 모든 동식물은 무엇이나 다 다정한 이웃이고 좋은 친구라고 가르치는거야
왜 아이에게 좋고 나쁨의 이분법적 사고를 심어주고 부정적인 관념을 갖게 하느냐며 되레 핀잔을 주더라나
꽃은 이쁘니 가까이하고 벌레는 징글맞으니 멀리한다?
그러나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먼저 하니 무조건 거부감이 드는 거라고 그 딸이 그러더라나
선입견을 버리라는 친구 딸내미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되고 옳은 말쌈 맞다
하지만 꽃을 보면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이 퐁퐁 솟고
송충이는 여전히 등짝이 스멀거리며 소름부터 돋는 걸 어쩌랴
들꽃은 즐겨 카메라에 담으면서도 윙윙거리며 바쁘게 꿀을 따는 벌까지도 애써 담으면서도 송충이를 찍는 것조차 사실 엽기같기만 하니...
ㅡ풍경 2
이맘때면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후로 생긴 버릇
한적한 전원주택 포치에 흔들 그네가 놓여있거나
세월의 이끼가 낀 낡고 오래된 지붕이 있는 다리를 만나면 괜히 설레인다
중년의 이탈리아 여자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무연히 먼 곳을 바라보고 섰다면
게다가 앞치마라도 두르고 경쾌한 몸동작으로 농장에서 걸어 나온다면
절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를 떠올리게 된다
지붕 덮인 다리를 지날 적에도 그 생각이 났다
물론 여긴 오하이오도 아니고 평원 너른 펜실베니아다,
소설 속의 다리와는 달리 송판 냄새와 페인트 냄새가 날 듯한 새 다리였지만.....
그 다리를 지나 숲으로 깊숙이 접어드니
이번엔 무지개 모양 돌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아래로 얕은 냇물 흐르고 냇둑을 따라 투박스런 나무 담장이 물과 뭍의 경계를 가르고...
프란체스카 가슴에 안겨준 유월 들꽃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인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