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달은 벌써 물놀이 시즌

by 무량화


아주 오랜만에 하늘빛 푸르른 어제 오후, 색달로 향했다.


몇 며칠 꾸물거리던 하늘 모처럼 청명하기에 오후 느지막, 바다에 어리는 노을 보려고 찾은 색달해변.


장마철이라지만 큰비 대신 연일 우중충한 기상도를 보여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바닷바람도 쐴 겸 나선 걸음이다.


럭셔리한 호텔이 줄지어 늘어선 중문관광단지 내 색달해변으로 가려면?


국내 관광 레저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세에 힘입어 관광 산업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까 싶긴 한 요즘.


한국의 경기 둔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 하나, 딴 세상이듯 신라호텔 라운지와 야외수영장은 붐볐다.


늘 걷던 코스대로 신라호텔 로비를 거쳐 글램핑장과 숨비정원 산책로 지나 파르나스 호텔 사잇길 언덕으로 내려서면 바다에 이른다.


색달해변 푸른 가슴은 이렇듯 서두름 없이 조신하게 열린다.


단번에 와락 바다 품에 안기기보다 옷고름 천천히 풀고 한 겹씩 옷 벗듯 설렘이 있는 초야 의식을 치른다고나 할까.


바다는 늘 그렇듯 눈허리가 시원하다 못해 시큰하도록 짙푸르렀다.



야자수 늘어선 해안 풍경은 이국적이며 무지개처럼 둥근 모랫벌은 결 고운 은모래층 두텁다.


그렇듯 활처럼 휜 해안선에 진모살(긴 모랫벌)이 펼쳐진 바다는 파도가 높아 서핑의 최적지로 각광받는다.


해마다 백만 명 넘는 수영객은 물론이고 윈드서핑의 메카로 잘 알려진 중문색달해수욕장은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 색깔 아름다운 데다 수질 청정하기로도 소문났다.


수질 환경조사 결과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최고의 청정 해수욕장으로 인증받은 중문색달해수욕장.

높다란 사구 위에 자리 잡은 건물 대부분이 대형 호텔들로 아마도 내·외부관리를 철저하게 잘하고 있는가 보다.


이런 여건들로 인해서인지 색달해수욕장에선 외국인들도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또한 주로 젊은 층이 서핑 또는 요트를 타거나 제트스키 등을 즐기고자 찾는 명소다.


제트스키가 굉음과 함께 물보라를 날리며 바다 저만치로 쏜살같이 사라졌다가 금세 다시 나타났다.


하얀 포말이 곡선을 그으며 뒤따랐다.


기동력과 추진력이 좋아 무한질주본능을 마음껏 자극하며 거칠 것 없이 수상을 누빌 수 있어 좋겠네.


아니 그새 물놀이야? 싶었는데 제트스키 시즌은 애진작에 시작됐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어느새 한여름이듯 해양 레포츠를 즐기며 활기차게 수면을 갈랐다.



서귀포 중문 색달해수욕장이야말로 여름 바다의 백미, 으뜸가는 최상의 왕좌를 차지하는데 뉘 있어 감히 이의를 제기하랴.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서핑 대회가 개최되는 곳다이 서퍼들이 반기는 잦은 파도와 높게 밀리는 파도의 특성으로 서퍼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


거듭 밀려드는 파도 위세는 힘찼으며 이에 기 눌리지 않으려 파도소리 역시 목청껏 격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거친 파도, 포효하는 바다.


의외로 벌써부터 색달 바다는 서퍼들로 북적였다.


초보처럼 얕은 바다에서 헤작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다들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은 서퍼인 듯 저만치 수심 깊은 바다에서 거친 파도와 노니는 청춘들.


함성이나 탄성은 잘 들리지 않지만 능히 짐작되는 그 통쾌감이며 자유로움이라니.


서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중독성 강한 스포츠로, 서퍼들은 홀리듯 바다로 나와 파도를 타며 격정적인 신세계가 선사하는 감동을 만끽할 터다.


끝 모르게 밀려오는 파도를 기다리며 그들은 얼마나 가슴 울렁댈까, 곤두박질 칠지라도 파도와 맞서는 순간 그들은 얼마나 짜릿할까.


매번 새로워 젊디 젊은 파도는 그 일회성에 목말라 끝없이 이어지는 것일까.


태평양에서 윈드서핑 즐기는 시원스러운 장관에야 못 미칠지라도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뒤엉킨 서퍼들의 건강한 실루엣은 멋졌다.



서핑 보드와 발목을 연결하는 리시코드와 부력이 있는 전용 슈트를 입으므로 물에 빠질 일이야 없다지만 언감생심, 그저 넋 놓고 서퍼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집중해서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십중팔구는 파도와 놀기 위해서 서핑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어디까지나 호모 루덴스이니까.

파도를 잘 타는 뛰어난 서퍼가 아니라면 결국은 큰 파도에 떠밀려 자꾸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사정없이 물속에 내동댕이쳐져서 허부적대면서도 탄성 내지르며 저마다 신바람이 났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세파에 치여도 환호할까.

초보 서핑객인 듯 파도타기가 뜻대로 안 되는지 왕창 물만 켜고 일찌감치 물에서 나온다.

야속하다는 듯 바다를 곁눈질하며 서핑보드 옆구리에 끼고 퇴각하는 데 기량을 더 닦고 올 모양이다.

뭐, 이제 막 바다에서 즐기는 레저스포츠 시즌이 열린 셈이니 훈련 되쌓아 본격 철인 여름 내내 즐기면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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