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양식

서품 50주년

by 무량화


이 종효 클레멘스 신부님의 사제 서품 오십 주년을 기리며-


어언 오십 년 전

푸르디푸른 시절

그리스도 은총의 기름 부으심 입어

하느님 사랑하는 자녀로 불림받던 날

그분 뜻 순명하여 그분같이 섬기고자 그분처럼 나누고자


오로지 그분 닮은 모습 되어 살겠노라 서원 올리며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낮은 자세로 땅에 엎드렸더이다

그때 하염없이 感淚 흘리셨을 어머니

소년의 소신학교 합격 소식 접하고는

벅찬 기쁨 감당 못해 스르르 혼절하고 만 모성

서품식이 있기까지, 그 시간 맞이하기까지

연한 갈대 흔들릴세라 꺾일세라

마음 졸이며 기도로 일관한 오롯한 성심이 있었더이다

기도 가운데 가장 열절하고 곡진한

어머니 기도

그 무엇이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을 따를 수 있더이까



세례명 의미대로 한없이 유순하고 자애로운 한 사제

교포사목 현장에서 한때 몹시도 헐벗었더이다

수도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마구 벗겨져 헐벗은 채 떨고 있었더이다

눈빛 충혈된 아수라장 체리힐 한 모퉁이에 서니

어인 일인지 자꾸만 痛苦의 어머니 像이 떠오르더이다

일찍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어머니

그 영혼 위에 겹쳐지는 피에타 像이더이다



‘아팠느냐 내 아들

많이 아팠느냐

목이 말랐느냐 내 아들

얼마나 목이 말랐느냐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눈물뿐

눈물밖에 바칠 것이 없음이

참말로 싫다

너 더욱 슬퍼할 것이니

이 울음 그만 그쳐야 할 텐데

그쳐지지 않으니 내가

참말로 싫다


이젠 정말 안 아픈 거냐

목마르지 않은 거냐.'



이 승하의 시 <세상의 한 어머니>가 거푸거푸 떠오르더이다

거친 격랑 파도 앞에 혹은 칠흑 斷崖 앞에

다만 홀로 마주 섰던 순간들

십자가 끌어안았어도 수단 자락은 떨리고 있더이다

수도자이기 이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었더이다

그러나 돌이켜 고통은 은혜라 했더이다

시인을 키우는 건 팔 할이 바람이라 하였고

수도자를 키우는 양식은 모정이 바치는 오롯한 기도였더이다



사제는 모두의 기도를 양식 삼아 산다 하겠더이다

거룩한 말씀 선포하는 자랑스러운 사제 아들

부디부디 초심 잃지 않고 정결, 청빈 지키는 성인 사제 되어주십사 지극 지성 빌고 빈 어머니의 기도

그 자리 이제는 모든 교우들의 몫 되었더이다

나이테 돌고 돌아 어느덧 반세기

어둠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반백의 星霜이더이다

어떤 휘둘림에도 미혹됨 없이

반석 위에 새겨진 이제는 굳건한 연륜

축하드립니다

바라오니

사랑의 일치를 바라시는 자비의 하느님

사제 수품 오십 주년을 맞으신 이 클레멘스 신부님께

영육 간의 건강과 하늘의 평화 항시 머무르게 하소서.



*교포사목 현장은 때론 상상을 초월하게 거칠어 동심같이 여린 순백의 영혼으론 감당하기 버겁답니다.

당시 크나큰 시험에 들어 곤욕 치르시는 신부님을 뵈며 그분의 돌아가신 어머님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안타까워 안타까워 가시에 찔리듯 얼마나 아프실까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축시를 들으시던 신부님을 비롯해 신자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흐느끼며 메인 목소리로 저도 겨우 시를 낭송했습니다

오래전 은퇴하여 지금은 서울에 계시는 클레멘스 신부님은 우리 세례 신부님이십니다.



https://brunch.co.kr/@muryanghwa/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