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 250 포기
보이소, 저거이 다 뭐라요?
절인 배추 씻어 놓은 거 아잉교.
배추 쟁여놓은기 우예 그케 많노?
복지관 같은 기관에서루 담그는 김장이라요?
어데요, 손녀 시댁 김장날이랍니더.
배추를 250 포기나 한다니 옴마야~~엄청스런 포기수에 고마 입이 딱 벌어졌다카이.
예전에야 김장이 반농사라커니 반양식이라며 배추 한 접씩 김장했지만 알다시피 근자엔 서너 포기나 담그는 수준만 봐왔으니 놀랄밖에.
핵가족마저 줄어들어 1인가정 쌔빠진 요즘 세상.
대가족은 이미 사라진 단어인 줄 알았는디 그기 아닙디더.
이 댁은 자손들이야 물론이고 이웃사촌에 사돈의 팔촌꺼정 챙기시느라 이리 많은 양의 김장을 하시니
김장날이 마치 동네 잔칫날 같다요.
아마도 김해 집성촌인 듯 사돈 부모님 댁에서 3대가 모여 김장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씨족공동사회에 그 뿌리를 둔 두레처럼 김장도 마을단위로 협업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훈기와 인정이 느껴지는 풍경, 손녀가 보내준 사진에서 마주했심더.
그로부터 사나흘 후 묵직한 스티로폼 박스가 제 거처에 도착했더랍니더.
사돈 댁에서 김장배추 두 통, 햇고춧가루에 고신 참기름에 양봉꿀에 생강청에....
포장 하나씩 벗기면서 꼭꼭 야무치게 싸맨 성심 어린
손길에 감격했다카이.
이 정성스러운 선물을 우예 가만 앉아서 받겠노.
제주도에서 감사의 백팔배라도 올리고 싶다고, 손녀야~ 단디 어르신들께 말씀 전해드리레이.
이토록 정 가득 담긴 고마운 마음 받자와 하느님 부처님 전에 감사드립니다.
딸내미한테 사진 보냈더니 요즘 분들 같지 않게 아주 정스럽다면서 박물관 수준같다 캅디더.
요샌 친정에서도 이렇게 안 보내줄 텐데, 며느리 할머니까지 챙기시다니 대단히 놀랍다고...
김치 한 통은 한국 돌아온 다음부터 매해 김장해서 부쳐준 서울 언니에게 보냈다요.
아주아주 먼, 내 어릴 적 추억 속의 김장날 생각이 절로 나네유.
충청도에서두 김장하는 날은 큰 행사 치르는 날, 이웃끼리 품앗이를 했더랬쥬.
당시야 고무장갑이나 있었나유, 아무리 양지쪽이라도 손이 벌겋게 어는 추운 초겨울.
눈발 흩날리는 날씨라면 한 녘에 모닥불 괄게 피워놓구 곱은 손가락 녹여줘야 했슈.
노랗게 속이 꽉 찬 배추 들여와 반 쪼개서 굵은소금 훌훌 뿌려 절였다가 씻어 물기부터 빼두구유.
이웃붙이 둘레둘레 모여 앉아 속을 치대며 노란 속대 골라서 생굴 얹어 서로 입에 넣어주곤 했는디.
엄마는 양념 속 넣어 꼭꼭 여민 배추가 양푼에 그들먹 채워지면 땅에 묻어둔 큰 김장독에다 차곡차곡 옮겼지유.
점심상은 생새우 넣고 끓인 뭇국에 배추속대무침 한 대접, 수육 한 쟁반이면 그저 그만이었쥬.
아, 그 맛 언제 한번 누려보려나 했는디 사돈댁에서 보내주신 덕분에 갓 담은 김장 싱싱한 맛 즐겼네유.
김장김치(얌전스레 겉잎으로 잘 덮은 거 제치고) 한 포기 꺼내서 머리 부분만 자르고 손으로 죽죽 찢어 먹었거든유.
건강발효식품의 진가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김장문화 아닌감유.
금방 지은 따신 밥에 김장김치 척 얹어 먹으니 눈이 스르르 감기더라구유.
행복감 스며들면 왜 눈이 감길까유?
사돈댁 김장날 한번 구경들 해보세유.
정스러워서 그냥 막 훈훈해지지유~~~^^
https://brunch.co.kr/@muryanghwa/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