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년 12월 중순 어느날 오후였다.
갓 피어난 동백꽃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재난 알람이 긴박하게 삑삑거렸다.
뒤숭숭한 세상이라 급히 확인해 봤다.
놀랍게도 서귀포 서남쪽에서 지진이 났다고 했다.
과히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는데 지진 난 줄도 몰랐다.
신선놀음에 빠져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겠다.
동백 군락지에서 낙화 진 붉은 꽃잎 완상하며 별천지에서 노닐던 중이었으니까.
알람 소리를 확인하고 난 직후부터 며느리를 필두로 아들 언니 조카 친구들의 전화가 바리바리 왔다.
이민을 떠나 미국 시애틀에 도착해서 시차 극복도 하기 전,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을 겪은 바 있다.
대지가 진저리 치듯 부르르 떨리더니 수초 후 흔들림이 멎었지만 한동안 멀미하듯 속이 다 울렁울렁 메스꺼움이 가시질 않았다.
지진, 참으로 고약스런 그 기억 때문이다.
지진 소식에 퍼뜩 그 기억이 떠올랐고 생각만으로도 땅이 울렁거리듯 어질어질했다.
바로 이 동백꽃 사진을 찍던 어느 순간이었을 텐데 전혀 감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마을 사람을 만나 어느 정도 진동을 감지했는지를 물어보니 창문이 흔들리더라고 했다.
그 시각쯤이면 학교에서 퇴근한 시각이라 옆집에 사는 현주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옷 갈아입다가 빌딩이 휘청이는 바람에 그녀는 너무 놀라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헬레나 씨는 식당에서 저녁 먹고 있었는데 테이블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아마 집에 있었더라면 겁이 나 벌벌 떨며 굉장히 황망해했을 텐데 밖에 나왔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기온 10도 안팎으로 쌀쌀해져 어쩔까 망설이다가 오후 느지막이 가까운 동백 군락지로 향했던 게 어찌나 감사 천만이던지.
하느님 조상님 두루 황감하옵나이다.
동백군락지도 고맙습니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어름에 노을빛 어릴 무렵, 위미마을을 떠났다.
주변 온통 귤밭인 동네라 지천인 귤이 불그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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