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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12. 2024

해운대 장산을 오월에

신록 아름다운 오월, 광안대교 최고의 조망터로 알려진 장산에 오른다.

장산은 해운대의 진산으로 금정산, 백양산에 이어 부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전에 망미동에서 살 때 늘 마주 보던 산, 큰애 고등학교적에 한 반 엄마들이랑 자주 등산을 다녔기에 친근한 산이다.

정상에 공군 레이다 기지가 있어 멀리서 보면 삐쭉 솟은 철탑과 암산 무뚝뚝하니 거칠게 보이나 산에 들면 지세 아기자기하다.

오늘은 산에 올라 십칠여 년 깃들었던 배산 아랫동네도 바라보고 수영강 줄기와 광안리, 해운대의 변모를 눈에 담아보려 한다.



장산은 높이 634m에 불과하나 부산과 해운대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심신의 건강을 돕는 귀한 효자 같은 산이다.  

신도시 거주민들이 뒷산이라 부르는 장산 등산로는 대천공원에서 시작해 장산계곡 힘찬 여울물 소리와 동행하며 걷는 길이다.

소나무와 활엽수 우거진 푸른 숲이 풍기는 싱그런 향 음미하며 가벼운 차림으로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 발걸음이 경쾌하다.

신록 그늘 따라 보폭 넓게 걸어가며 사진도 찍고 잠깐씩 멈춰 서서 심호흡도 해본다.

폭포사라는 절을 지나면서부터는 계곡 끼고 걷게 돼 줄창 맑은 계류 소리가 곁을 따르니 심산유곡 같다.

초고층 아파트 조밀하게 들어선 대도시 곁에 이렇듯 청정계곡 흘러 여기 여름 내내 반딧불이 산다니 신기하다.

해운대 팔경의 하나인 양운폭포는 장산계곡과 구곡계곡의 물줄기가 합해진 제법 큰 폭포로, 쏟아져 내리는 소리도 우렁차다.

산림욕장길이라서인지 장산 숲 속에 숨겨진 보석 에메랄드빛 양운폭포까지는 경사도 심하지 않아 걷기 수월하다.

둘레길이 잘 닦여있고 곳곳에 운동시설과 작은 공원과 앉을자리도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다.

등산로마다 깔끔한 모양의 이정표가 길 안내는 물론 거리 측정까지 친절하게 해 준다.


산허리 비탈에는 독특한 너덜겅이라는 돌밭이 축구장 60배쯤 되는 면적으로 길게 나있다.

백악기 말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화산암이 빙하기를 거치면서 풍화작용의 하나로 암석 틈(절리) 사이 물이 얼어 부피가 팽창하면서 암석이 쪼개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결대로 쪼개져 떨어진 돌더미(Talus)가 산의 경사면을 따라 아래로 밀려 내리면서 형성된 특이 지질대다.


말이 돌밭이지 돌덩이가 아니라 숫제 바위 무더기가 널브러져 있는데 저마다 크기는 내 덩치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 무렵부터 약간 고바위 길이라 숨이 차오르고 걸음이 자연 느려진다.

산중에 평야처럼 너르게 깔린 억새밭,
그렁저렁 억새길에 이르면 정상까지 삼십 분 거리다.


 여유 있게 천천히 걸어도 경사도가 있다 보니 땀이 푹신 밴다.

사실은 힘들어서만이 아니라 오솔길 바짝 쇠 철조망이 쳐있는 데다 표지판이 어마무시해서 바짝 긴장한 탓이다.

군사시설! 위험지대!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제거 작업을 했으나 혹시 모르니 출입 금지! 이런 문구를 보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휴전국 한국의 불안스러운 안보 문제가 상기될밖에.

그래도 등산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천하태평스러운 표정으로 무심히 그 곁을 지나다닌다.   

최정상은 사진촬영 금지! 란 붉은 경고문을 단채 버티고 선 군기지에 빼앗기고, 펜스 아래 바위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둘러본다.


예전 봉수대 자리인 황령산에 솟은 송전탑 너머 금련산, 첩첩 봉우리 저 멀리 다대포 구덕산, 우측 배산 아래서 열일곱 해나 광안 바다 지켜보았는데...


해운대 달맞이고개 넘어서면 청사포ㅡ송정ㅡ기장, 요샌 송정 지나 오시리아라는 곳이 아난타코브라는 부산최고 리조트지역을
품고 급부상 중이라지.


계절 없이 수많은 산행인과 지역민들이 찾는 장산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금련산, 황령산, 저 멀리 서구 구덕산, 영도 봉래산 자태 또렷이 드러나고 울멍줄멍 백양산과 금정산이 한눈에 든다.


환경단체가 그리도 지켜내려 했던 달맞이고개 녹지는 택지 되어 완전 딴 모습, 해운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가 된 엘시티도 보인다.


90년대 말까지 최고 아파트 단지로 군림했던 삼익비치가 광안대교 끄트머리쯤에 납작하게 엎드려 재개발을 기다리는 세월이 됐다.

정상 바위에 올라 부챗살처럼 펼쳐진 망망대해 조망하면서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추억 속 마을을 각자 사진에 담는다.

스모그가 시야를 흐리게 하지만 저 아래 오른쪽으로 낯익은 배산 다소곳 앉아있고 애들이 다닌 학교도 어렴풋 잡힌다.

배산은 술잔을 엎어놓은 형상을 한 산세로 신라시대 거칠산국의 근거지, 옥녀탄금대가 있고 토기 조각이 자주 출토되었다.

장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안대교와 과거 수영만 매립지에 솟은 럭셔리한 아이파크, 건너편에 영화의 전당이 서있다.

운치 있던 달맞이고개는 고층 아파트로 정말 휘덮여버렸고 미포 입구 말썽 많던 엘시티 우뚝, 해운대 해수욕장은 꿈속 호수 같다.

현해탄 나아가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망망대해 푸른빛이 미몽이듯 아스름하다.

내려갈 길, 으스스 한 지뢰밭 다시 접하고 싶지 않아 올라온 길과 다른 반대편 길을 택하기로 한다.

가파른 경사길 내려와 중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수영만 센텀시티 및 주상복합빌딩 가까워진만치 위풍당당한 위용 뽐낸다.

다섯 시간여에 걸친 트레킹, 늘 평지만 걷다가 산을 올라서인가 힘에 부친 듯 장딴지 단단해져 온천수로 풀어줘야겠다.


그래도 근육 생겼다며 내심 흐뭇한 기분.^^


나이 들수록 근육이 금이라던데 근손실 신경 쓰이는 연배에게 꾸준한 운동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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