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Jun 02. 2024

괜찮았겠지?

어젠 종일 안개비 뿌옇더니 오늘은 청명하게 갠 하늘.

점심 식탁에 상추쌈을 올렸다.

문득 떠오른 그.

그 녀석은 괜찮을까.

무탈히 땅에 잘 착지했을까.

으깨지지 않고 부디 살아 깨어 있기를.



아랫집 삼춘이 빗속에서 솎아온 상추와 풋배추를 간밤에 올려 보냈다.

다듬다 보니 상추 이파리에 엄지손톱만 한 달팽이가 붙어 있었다.

창을 열고 비 뿌리는 허공에다 대고 상추잎을 흔들었다.

달팽이는 어둠 속으로 빗물처럼 낙하했다.

모쪼록 다치지 말고 지상까지 온전히 내려가 생명 고이 이어가기를.

흙 위에 사뿐 닿아 풀잎 찾아서 한 생애 완성하기를.



아프면 안 돼.

양쪽으로 뻗어 나온 촉수가 균형 잡아줘 잘 해냈을 거야.

가볍디가벼운 몸이라 자연스레 동글동글 맴돌면서 헬리콥터처럼 내려앉았을 거야.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께 후사를 부촉했으니 괜찮을 거야.

그래, 걱정하지 마.

상추쌈 푸짐하게 한입 싸서 넣었다.

작가의 이전글 강과 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