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종일 안개비 뿌옇더니 오늘은 청명하게 갠 하늘.
점심 식탁에 상추쌈을 올렸다.
문득 떠오른 그.
그 녀석은 괜찮을까.
무탈히 땅에 잘 착지했을까.
으깨지지 않고 부디 살아 깨어 있기를.
아랫집 삼춘이 빗속에서 솎아온 상추와 풋배추를 간밤에 올려 보냈다.
다듬다 보니 상추 이파리에 엄지손톱만 한 달팽이가 붙어 있었다.
창을 열고 비 뿌리는 허공에다 대고 상추잎을 흔들었다.
달팽이는 어둠 속으로 빗물처럼 낙하했다.
모쪼록 다치지 말고 지상까지 온전히 내려가 생명 고이 이어가기를.
흙 위에 사뿐 닿아 풀잎 찾아서 한 생애 완성하기를.
아프면 안 돼.
양쪽으로 뻗어 나온 촉수가 균형 잡아줘 잘 해냈을 거야.
가볍디가벼운 몸이라 자연스레 동글동글 맴돌면서 헬리콥터처럼 내려앉았을 거야.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께 후사를 부촉했으니 괜찮을 거야.
그래, 걱정하지 마.
상추쌈 푸짐하게 한입 싸서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