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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2. 2024

한라산 둘레길, 숲그늘 서늘한 동백길

제주 해안에 올레길을 만들었다면 중산간에는 한라산 둘레길이 열려있다.

한라산 둘레길은 한라산을 등반하는 게 아니라 산허리 짬에 완만하게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머리띠 두르듯 둥글게 연결시킨 총 80㎞에 달하는 환상 숲길이 곧 한라산 둘레길.

숯쟁이와 사냥꾼들 다니던 길에 일제강점기의 병참로가 겹쳐지고 산림감시를 위한 임도 등을 이어 만든 둘레길이다.

이번은 500m 이상의 한라산 남사록 급경사 지형을 휘돌아 내리며 동백 우거져 하늘 가린 길을 따라 걸었다.


계곡이 연달아 나타나는 급경사 지대라 대체로 길은 오르내림 심한 편이었다.

서귀포 시청 SNS 서포터즈 현장활동의 일환으로 (주)퐁낭에서 제공한 둘레길 걷기  참여기.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동쪽으로 이어지는 13.5km 정도의 구간이 연결된 동백길이다.

한라산 둘레길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으며 사시사철 어느 때나 풍광 매혹적인 길.

원시림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어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경험하며 동시에 제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곶자왈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숲과 공산천 등 깊고 험한 계곡을 여럿 건넜다.

도내 최초의 항일운동 본산인 무오법정사 길에서는 항일 운동비를 만났고 숯가마 터와 43 당시 시오름주둔소 터를 지났다.

걷는 내내 서늘하니 숲그늘 짙어 30도를 상회하는 찜통더위 간데없이 사라지고 등에 땀도 차지 않았다.

활엽수림 녹음에 지칠만 하면 쭉 뻗은 침엽수 지대가 나타났으며 계곡도 번갈아 모습 달리 한 채 기다렸다.

무엇보다 오르내림 심하지 않은 고만고만 평탄한 길이라 일행 모두 산책하듯 설렁설렁 걸었다.

오전 아홉 시에 올레 센터에서 출발해 다섯 시에 제자리로 돌아와 해산했다.

그만큼 하루 일정을 여유 있게 짜, 쉬는 시간 넉넉했기에 여덟 시간 산행이라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돌 너덜길은 자주 나타났지만 경사도가 낮아 걷기 아주 편한 길이 동백길이었다.

내일은 다른 코스로 한 번 더 참여할 예정이다.

걸어보니 알겠다.

한라산 둘레길은 혼자 고즈넉이 걷는 개별 탐방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앞장선 가이드가 길 터주며 설명 따르면 금상첨화.

사실 올레길이나 둘레길 여러 구간이 생각보다 휘휘하니 호젓해서 여성 혼자 걷는 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종사고도 더러 생기고 들개나 멧돼지가 출몰하면 대처하기 난감하며 하절기엔 폭우로 불어난 계류나 뱀도 겁난다.  

모든 한라산 둘레길은 우천 시 통제되며 이른 새벽과 오후 2시 이후 입산은 자제해야 한다.

1911년에 창건된 자그마한 무오법정사 입구에서 트레킹은 시작됐다. 한라 중산간에 위치한 제주 항일운동의 모태로 무오법정사 항일운동발상지(戊午法井寺 抗日運動發祥址) 기념물이 기다린. 

서어나무 단풍나무 무성한 진록의 이파리 하늘 가렸다. 표고버섯 재배지 앞에 개조심이란 경고문이 있는 경우는 들개가 아니라 표고를 지키는 파수병 맹견이 있다는 뜻, 고로 절대 출입 금지.

옛 제주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길ㅡ동굴 같은 화전민의 숯가마 터와 일제강점기 당시 중산간에 낸 병참로인 하치마키 도로 흔적

제주 43 사건 당시의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시오름주둔소 터

동백나무 터널을 이룬 싱그런 녹색 숲길

한라산 정기와 편백나무 숲 피톤치드를 ㅡ편백나무 숲이 있는 추억의 숲길은 지난겨울 눈 속에서 걸었다

제주를 대표할 또 하나의 명소, 한라산 둘레길 환상의 동백길ㅡ제주의 자연이 역사와 삶을 아우르는 길이.

범섬 새섬 문섬 섶섬 지귀도까지 한눈에 드는 돈내코 산록에서 바라본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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