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시작된 랜선 연애 소설로 21세기에 어울리는 감각의 소설이다. 작가는 이메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연애 감정을 끌어낸다.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은 영상화 될 수 없고, 오직 소설로만 가능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흔한 로맨스 소설이어서 별 자극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읽는 로맨스라 좋았다.
아무래도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연애다 보니 텍스트로서 서로를 탐색하려는 미묘한 심리가 중심으로 다뤄진다. 그런 점에서 비포 시리즈와 흡사하며, 대화의 주 내용은 교양적인 것에 가깝다. 이를테면 교양수업 내지 교양주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에게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교양이라면 그것은 어쩐지 반로맨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가 교양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에서 오는 질투다.
이 소설의 한 주인공이 기혼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정신적 불륜이 육체적 불륜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래봤자 불륜은 다 나쁜 불륜이 아닌가... 표면상으로 완벽해 보이는 부부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지나친 안정감이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낯선 사람의 마음을 탐험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결말에서 부정해버리지만, 그것은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모자라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