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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an 10. 2022

내 안의 온도를 저금하는 ‘적산온도’

집들이 가는 마음으로 <단어의 집> 다시 읽기

한 주 남짓 지났지만 작년 연말 가장 재밌게 읽은 책 <단어의 집>. 책 속 단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새해를 맞아 동면에 들어간 브런치도 살릴 겸 마음에 남아 부푼 단어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첫 번째 단어, 적산온도;

봄이 되면 식물들이 몸 안에 온도를 ‘저금’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저금한 온도가 가득 차면 비로소 꽃이 피게 되는 것.


왜 항상 스스로 벌하는 방식으로만 살아온 걸까.

임계점은 한계가 아니라 꽃망울이 터지는 환희의 순간일 수도 있는데. 피려는 마음을 모른 척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온도를 저금하는 시간. 내 꽃다운 시절은 아기를 낳고 끝났구나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마땅한, 원하는 시간에 화장실 갈 자유. 느긋한 샤워 한 번,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머리를 말 릴 틈도 없었던 엄마 1살. 내 삶은 이렇게 닳아 없어지는구나. 그래서 언니들이 예쁠 때 즐기라 그랬구나. 이런 생각뿐이었다. 이제 엄마 3년 차가 되니 아이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아침이 오는 날마다 신나게 놀 궁리를 하는 기대한 표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 시간을 저금한다. 돈을 많이 벌지 않지만 매일 자라는 아기와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온몸이 쑤셔 알람이 필요 없지만 매일 작은 꽃봉오리 틔우는 지금의 시간도 환하게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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