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미 Jan 10. 2022

내 안의 온도를 저금하는 ‘적산온도’

집들이 가는 마음으로 <단어의 집> 다시 읽기

한 주 남짓 지났지만 작년 연말 가장 재밌게 읽은 책 <단어의 집>. 책 속 단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새해를 맞아 동면에 들어간 브런치도 살릴 겸 마음에 남아 부푼 단어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첫 번째 단어, 적산온도;

봄이 되면 식물들이 몸 안에 온도를 ‘저금’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저금한 온도가 가득 차면 비로소 꽃이 피게 되는 것.


왜 항상 스스로 벌하는 방식으로만 살아온 걸까.

임계점은 한계가 아니라 꽃망울이 터지는 환희의 순간일 수도 있는데. 피려는 마음을 모른 척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온도를 저금하는 시간. 내 꽃다운 시절은 아기를 낳고 끝났구나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마땅한, 원하는 시간에 화장실 갈 자유. 느긋한 샤워 한 번,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머리를 말 릴 틈도 없었던 엄마 1살. 내 삶은 이렇게 닳아 없어지는구나. 그래서 언니들이 예쁠 때 즐기라 그랬구나. 이런 생각뿐이었다. 이제 엄마 3년 차가 되니 아이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아침이 오는 날마다 신나게 놀 궁리를 하는 기대한 표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 시간을 저금한다. 돈을 많이 벌지 않지만 매일 자라는 아기와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온몸이 쑤셔 알람이 필요 없지만 매일 작은 꽃봉오리 틔우는 지금의 시간도 환하게 보내보자.

작가의 이전글 매일 다니던 동네도 네가 온다니 신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