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만남이 귀해진 시대
신기하게도 계절이 바뀌는 더웠는데 선선해진다거나 추웠는데 슬슬 다닐만해지면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다. 온라인으로만 안부를 묻다가 이제는 봐야 할 때! 하고 마음이 먹어지는 거다. 아니면 보자! 보자고! 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어마하게 늘어나거나 무서운 뉴스가 돌면 주저하다가 이때를 노리는 거다. 나 또한 너무 무기력해졌다가 이때쯤 되면 읏샤! 하는 기운이 좀 생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줄 쪽지를 쓰거나 선물을 포장할 때 집순이에게도 마음에 ‘신남 새순’이 하나가 쏙 올라온다.
청명한 하늘에 추운 바람이 불어오자
“날씨 무슨 일이니”
“가을 어디 갔어. 어서 봐야 해”
밀린 안부와 수다를 안고
번호표 뽑듯 날짜를 잡아본다. 하원 시간 안에
어린이집에 세이브해야 하기에 보통 친구들이 동네로 영차! 먼길 달려와주는데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메뉴와 무드로 공간을 섭외할 것인가.
어떤 친구에게는 커피가 맛있고 수다를 길게 떨 수 있는 브런치 공간이,
어떤 친구는 뜨듯한 국수 한 그릇 맛집에서 먹고
조카를 만나러 가고 싶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오래 편하게 있고 싶어 배달어플을 열게 하는 지친 영혼도 있다.
오늘은 첫 번째 무드를 좋아하는 친구 두 명과 약속을 잡았다. 한 명은 동네 새로 생긴 작은 커피집에서 한 명은 아이와 핼러윈 퍼레이드를 볼 수 있도록
백화점 근처에서 보기로 했다.
내 집은 좁고 동네는 별로 쾌적하지 않은 그저 그런 곳이라 생각했는데 친구가 온다니 온 동네를 뒤져 분위기 맛집과 로컬 후기를 수집해 산책 삼아 둘러보니 이곳. 은근 매력이 있다.
“네가 온다니 매일 다니던 동네가 좋아졌어.”
혼자 만의 시간도 좋지만 그동안 보고 싶었던 마음과 다정한 말로 반짝 위로받고 싶은 마음으로 콩깍지가 써진다.
나 사실 되게 대충 살고 있어.
선크림 하나 바르기도 스킵하고 마스크와 커다란 후드 점퍼 속에 숨어 지내.
그래도 나 틈틈이 생각하고 책 보고 울기도 했어.
그럭저럭 나쁘지만은 않겠지 믿으면서.
나 잘 지내고 있고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해줄 거지?
곧 만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