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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비 Sep 18. 2024

숏텀 파리 : 몽마르트와 재즈바

프랑스에서 둘째 날



파리로 가는 항공은 베이징에서 한 번 경유했다. 6월 말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의 공기는 덥고 습했다.


그래서 파리도 나름 더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6월 22일 토요일에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날이 흐리고 비가 오고 있었다.


큰 캐리어를 이끌고, 보스턴 백과 배낭을 메고 택시비를 아끼려고 파리의 지하철로 향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거의 하루를 이동에 써서 그런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어떻게 가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막연하게 파리 지하철에 대한 두려움 또한 앞섰던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처음이라 그랬다.



볼트로 기사를 불렀다. 그 기사는 프랑스로 이민 온 흑인이었는데, 영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이어서 우리는 자꾸 엇갈렸다.


돌림노래처럼 ‘어디계세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를 반복하며 20분 동안이나 입구를 찾아 헤매었다.

자꾸 헤매는 게 미안해 먼저 가셔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기사님은 친절하게 계속 전화하면서 기다려주셨다.


택시를 타고 숙소를 오면서 대화를 시도했는데,

한-프 번역기 어플을 들고 하는 느림보 같은 대화였다.


더 이상 말문이 막힌 후부터 그 기사님은 어쩐지 친구와 오래 통화를 했다.(…)


우리는 어색함을 대충 넘긴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려고 한인 민박집 주인에게 연락했을 때, 직원이 정문 앞에 나와있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

건물 밖에서 기다리니 중국인 직원이 나를 맞아주었다.



파리의 엘리베이터



건물로 들어오려면 문을 두 번 열고 들어와야 해서 이만하면 보안이 철저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만족하면서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한국인 친구분 둘이 계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남은 침대로 갔다.


그런데… 숙소 플랫폼에서 보았던 사진과 정말 달랐다. 큰 책상도 없을 뿐더러 가구들이 낡아서 떨어질 것 같았다. 짐을 보관하는 사물함도 없다. 단지 이동식 옷걸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틀동안 나를 안내한 직원도 주인도 볼 수 없었다. 나는 막 시작한 곳이라 그렇구나 하고 후기가 없는 곳을 예약 했는데, 나중에 파리에 가서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분이 예약한 한인 민박집은 아침 조식을 한식 한상차림을 주셨다고 너무 좋았다고 했다. 심지어 같은 플랫폼이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꼭 적은 후기라도 남겨진 곳에 잘 읽고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그래도 혼자 쫄보의 마음으로 멀리 여행 갔기 때문에

한인들이 있는 곳에서의 첫 프랑스가 조금 더 마음이 더 편했다.


지금의 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지만.










3 주 동안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감기가 아직도 낫지 않았다. 콧물이 하루종일 나왔다. 비행과 감기기운에 지쳐서 몇 시간을 자다가 겨우 첫 끼를 먹었다.


숙소에서 대각선에 위치한 중국집에 들어갔다. 거리의 사람들이 서양인으로 바뀌었다. 거기서 스파이시- 매운고추가 그려진 누들을 시켰다. 마라향이 나는 면탕요리였는데, 전혀 맵지 않았다.


아, 여기 참 유럽이지.



노 스파이시 누들







장기여행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



내 첫 여행의 미션은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일!

여행용 유심은 제공하는 데이터에 비해 값이 비싸다.

한 달 이상의 장기 여행자가 파리에 가장 먼저 와서 할 일은 바로, 현지 유심 만들기다.


나는 여러 통신사 중 프리 매장에 들어가서 사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백화점 매장을 찾았다.


프리 매장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식이라고 해서

어떡할까 고민하다 용기내어 매장에 들어갔다.



매장 직원이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고 나도 긴장해서 영어로 더듬거리며 물어보았다.




결국 프랑스에서 한 달 140기가 데이터가 제공하는 유심과 요금제를 구매했다.

유심 마련비가 10유로, 요금제 비용이 월 10.99유로. 한화로 15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아주 저렴하다.


유럽 현지 유심을 사면 좋은 점은 같은 유럽국가 내에서는 전화와 데이터가 무료다. 더 좋은 것은 정해진 약정기간이 없고 1달 기본에 원하는 만큼 달마다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는 월 18기가가 제공되어서,

다른 유럽국가 여행을 할 때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미션 넘버 원,

현지 유심 사기 미션 클리어.






유심을 사고 돌아오는 동네 빵집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플레인 바게트 한 개,

지나가다 과일가게에 들려 납작 복숭아를 몇 개 샀다.


두 번째, 바게트와 납작복숭아 사먹기 일상 로망실현 미션도 클리어! 바게트는 가격이 아주 저렴했고, 납작복숭아는 맛이 아주 달다.


숙소에 들어와 이틀 뒤 탈 니스행 기차를 예약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첫 날은 피곤해서 계속 잤다.










몽마르트와 파리의 재즈바



파리에서의 이튿날.

감기 기운이 남아 코를 훌쩍거려도 이 귀중한 파리에서의 하루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파리의 재즈바는 꼭 가보고 싶은데 혼자갈 용기는 나지 않아, 유럽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코로나 기간이 끝난 후 여행붐이어서 그런지 지원자가 줄줄이 속출했다. 적당히 끊고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느라 힘들었을 정도다.






막상 하루가 주어지니까 구경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일정을 소화했다.


나는 오전에 오르세 미술관을 갔다가 -  몽마르트로 가는 역에서 내려 까술레를 먹고 - 사랑해 벽을 구경한다음 - 몽마르트 언덕에 올랐으며 - 몽마르트 성당을 구경하고 - 개선문 광장에 갔다가 - 에펠탑을 보고 - 재즈바에 갔다. 중간에 공원도 지나고 길거리 구경도 하며 하루를 꽉 채웠다.





까술레 요리
파리의 공원
오르세 미술관 입구
오르세 미술관 내벽
반 고흐 작품




파리에서의 빡센 하루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떠올리자면 가장 먼저 몽마르트가 떠오른다. 경사로를 걸어올라 도착한 몽마르트는 긴 계단과 그 정면 꼭대기에 성당이 있는 모습이었다. 몽마르트 언덕은 가운데 위치한 계단의 양 옆에 위치해 있었다.

에게, 그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이 이렇게나 작을 줄이야… 몽마르트의 첫인상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언덕은 가파르고 작았다. 게다가 언덕으로 들어가는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 담을 넘는 거다.

나는 내 다리보다 긴 담을 끙차-하고 넘어서 몽마르트 언덕에 입성했다.




몽마르트 언덕뷰


그래, 뭐 작으면 어떠랴.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몽마르트를 지나다니는 꼬마 기차와 사람들이 귀엽다.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내다보여서 뻥 뚫린 공간이 주는 시원함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보거나 누워서 멍을 때리거나 낮잠을 청했다. 내 근처에 앉았던 프랑스 아저씨는 스포츠 경기를 핸드폰으로 틀어두며 봤다.


이 날은 일요일이었다. 나름대로의 취향을 선택해 주말을 한가로이 보내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열심히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며 사진도 보내고 자랑하고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그러면서 나도 멍을 좀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좀처럼 생각을 멈추기가 힘들다.



흠... 뭐 어쩌겠나. 다시 일어나 몽마르트 거리를 걸으며 상점을 구경하고, 몽마르트 성당에 들어갔다.

내 프랑스 여행의 첫 성당이었다. 그렇게 성당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느껴보지 못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스테인글라스의 다채로운 색감과 금색을 쓴 천장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 크기는 작지도 않고 아주 크지도 않은 적당히 넓은 성당이다. 층고의 깊이감과 섹션마다 진열된 공간들, 그리고 특유의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것들이 모여 신성한 홀리 스피릿- 이 강하게 느껴졌달까. 그 속에 있으니 마음의 평안이 일었다.



꼭 내가 본 첫 성당이어서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그 후에도 성당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마음 속에 와닿는 성스러움이 있는 곳은 몽마르트 성당뿐이다.


벤치에 앉아서 진행되는 미사도 들어보고,

평소에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묵주를 사서 나왔다.



몽마르트 성당 내부





동행으로 한 네 분 정도를 초대했는데,

다들 일정이 조금 달라지거나 컨디션이 안좋아지셔서 동행이 한 분 밖에 남지 않았다.


바토무슈를 타보려고 했으나 줄이 길어 포기하기로 하고, 동행분을 만났다.


‘에펠탑이 보이는 신호등 앞에서 만나요!’


“네, 저 무슨색 옷을 입고 있어요-.”

“아, 저는 긴 원피스를 입고 있어요!”



에펠탑 앞에서 한 분이 나를 불렀다.


키가 크고 나이가 조금 되보이는 남자분이 앞에 계셨다.


"엇, 20대 여자분 아니셨어요?"

"아니에요, 저는 40대에요."



이분이 프랑스에서 만난 나의 첫번째 동행이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직전 기간에 프랑스 여행을 왔다고 했다. 아내분이 흔쾌히 다녀오라고 에펠탑 앞이 보이는 곳에 숙소를 예약해주어서 에펠탑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재즈바로 향했다.

스타벅스를 찾으며 마음의 안식을 느낀다던 그분의 말이 조금 웃겼지만, 나도 한인 민박을 마음의 안식을 위해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공감이 갔다.



내가 찾아본 곳은 선셋 재즈바. 입장해서 조용히 재즈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공연 시작은 9시. 술을 한 잔 시키면 재즈바에 입장할 수 있다.


와인을 한 잔씩 시켜 1층의 재즈바에 입장했다. 무대와 객석이 매우 가까워서, 뮤지션의 미세한 표정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성 보컬분이 재즈 노래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흡족스런 눈빛으로 건배!를 외쳤다.

그래 이게 내가 기대했던 재즈바지.





조명이 아름다운 곳에서 여성보컬들과 세션들. 그 사이에서 두 번째로 마신 와인 때문에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지는 걸 느꼈다.


‘동행하길 잘했어요, 혼자 왔으면 용기가 안났을 텐데 덕분에 진짜 볼 만하네요.’

그분과 나는 이렇게 동행자에게 할 법한 적당한 이야기를 나누며 파리의 밤을 즐겼다.


버티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12시였다.

지금도 음악이 흐르는 저 시간을 멈추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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