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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Jun 08. 2020

[영화로 배우는 인생 연출]_04.페르소나

언젠가부터 아이유를 떠올리면 '비범(非凡)'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뭔가 다르다. '가수 아이유'도 그렇고 '배우 아이유'도 그렇다. 한 사람을 가수이자 배우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비범하다. 더구나 두 영역 모두에서 극찬을 받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이유는 이미 실제 세계에서 실력 있는 '가수'와 '배우'라는 두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


페르소나(persona)

: 'OO으로서의 나', 외면적으로 보이기 원하는 자기 모습,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의 모습.


페르소나(persona)의 어원을 쫓아가면 ‘per’라는 단어와 ‘sonare’라는 단어를 만난다. per는 ‘~을 통해서’, sonare는 ‘소리 내다’는 뜻이다. 어원만 봤을 때, 페르소나는 ‘~을 통해서 소리 내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가면은 얼굴을 덮고 있지만 입 부분은 크게 뚫려 있어서 배우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가면 입 부위의 뚫린 곳을 ‘통해서’ 배우의 ‘소리를 낸다’는 뜻에서 페르소나는 가면을 의미했다.

영어의 person, 프랑스어 personne, 독일어 person의 '사람'도 모두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가면을 의미했던 페르소나가 연극의 배역, 등장인물의 성격(character)이라는 뜻을 아우르게 되고, 나아가 ‘사람’이나 ‘인격’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 <인생 연출> 중에서 -




영화 <페르소나>는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다. 4명의 감독이 만든 4편의 단편영화를 모았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다. 아이유는 4편의 영화에서 4개의 다른 가면, '페르소나'를 썼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중 한 장면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중 한 장면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중 한 장면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 중 한 장면


'페르소나'라는 용어는 '가면'이라는 뜻과 다르게 '감독의 분신'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의 느낌으로 특정 배우와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그 배우는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로버트 드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주 거론된다.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는 조니 뎁, 오우삼 감독은 주윤발과 연결된다. 모두 특정 감독과 그들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들이다.


그러나 영화 <페르소나>의 아이유는 단순히 감독의 분신이라는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 영화 기획부터 접근이 달랐기 때문이다.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윤종신은 4명의 감독들에게 제안을 하면서 '한 배우를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주연 배우는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그리고 우연히 아이유가 떠올랐다고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1903270112H


당신이 바라보는 '아이유'는 어떤 사람인가?


영화 <페르소나>는 이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영화는 4명의 감독이 바라보는 4개의 시선이다. 아이유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 아이유에 대한 느낌, 아이유로부터 드러나게 하고 싶은 캐릭터, '아이유'라는 배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로 기획되었다. 감독이 아니라 지극히 배우 중심이다. 흔히 옴니버스 영화는 참여하는 감독들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영화 <페르소나>는 조금 달랐다. 감독들의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드러내되 철저히 아이유로부터 출발했다. 그런 면에서 영화 <페르소나>는 감독의 분신 '페르소나'가 아니라 철저히 배우 아이유의 '페르소나'를 그린 영화다.




아이유는 <페르소나>라는 한 편의 영화에서 4개의 역할을 맡았다. IU, 은, 한나, 지은으로 각기 다른 가면을 썼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4명의 극 중 인물로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다르게 말하며, 다르게 웃었다. 다른 페르소나를 보여줬다.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듯이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다양한 페르소나로 살아간다. 


실제로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기도 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도 '페르소나'라는 말을 사용했다. 융은 인간이 천 개쯤 되는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 즉 가면을 쓰고 관계를 이룬다. 외면적으로 보이기 원하는 자기 모습,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00로서의 나’의 모습이 곧 페르소나다.


페르소나 = '(역할)로서의 나'


'페르소나'란 한 개인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체계 또는 그가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태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서 모든 직업은 모두 그의 독특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면을 통해서 자기의 내면을 소리 내는 존재다. ‘가면’이라는 말 때문에 페르소나가 자칫 ‘거짓된 인격’, ‘자신의 가짜 모습’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깨어 부수어야 할 나쁜 가면이 아니다. 칼 구스타프 융도 이런 측면을 지적했다. 그도 페르소나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없애야 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페르소나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우리는 페르소나가 있음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 수 있고, 페르소나가 사회생활에서 원활히 기능할 때 우리들의 정신 건강도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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