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36) 꼴찌 강아지

by 마하쌤
꼴찌 강아지.jpg


"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36) 꼴찌 강아지



표지의 이 강아지는 아홉 형제 중 꼴찌로 태어났다.

눈도 꼴찌로 뜨고, 형들에 치여서 엄마 젖도 꼴찌로 먹고, 모든 일에 꼴찌다.


그러다 강아지 분양이 시작된다.

꼴찌 강아지는 이번에도 자신이 꼴찌가 될까봐 걱정이 돼서,

꼴찌가 되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꼴찌 강아지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나는 꼴찌 강아지가 스스로에게 '꼴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보았다.

아, 처음엔 꼬리표를 붙인 게 아니라, 그냥 그게 사실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제일 늦게 태어났고,

그러다보니 발육이 상대적으로 제일 늦었고,

또 그러다보니 먼저 태어난 형들에게 순서를 자주 빼앗겼을 것이다.

처음엔 꼴찌였던 게 맞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형들과 별 차이 없이 몸이 성숙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의 기억은,

그러니까 꼴찌였을 때의 느낌은 오래 간다.

나만 부족한 것 같고, 나만 미숙한 것 같고, 나만 못난 것 같은 그 느낌.

그것 때문에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영원히 이 모양, 요 꼴로 살게 될까봐.

이미 남들 보기엔 외양상 전혀 차이가 없는데,

자기 마음 속에서는 항상 그 부족한 느낌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일들, 쓸데없는 일들, 과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렸을 때의 가슴 아팠던 기억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

어렸기 때문에 힘이 없어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상황,

어렸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무조건 견뎌야 했던 비참한 상황,

어렸기 때문에 말이 어눌해서 제대로 반박할 수 없었던 상황...

그땐 어려서 그랬던 것 뿐인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또 똑같은 일을 당할까봐 계속 전전긍긍한다.

지금은 돈도 있고, 힘도 있고, 말도 잘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에 한 번, 혹은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지금도 반드시 똑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건 아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그때의 상대방과 지금의 상대방 또한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때는 늘 화가 나있고, 혈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가족들에게 비난을 퍼부어야 직성이 풀리던 아버지도,

지금은 그저 기운 없는 노인에 불과하고,

한때는 늘 불안해하고,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던, 겁 많던 꼬마 아이도,

지금은 자신의 가정을 일군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 맺기의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젠 내가 힘이 세졌으니 날 괴롭히고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더이상 그들을 옛날처럼 두려워하거나,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 스스로 붙였던 꼬리표,

나는 약해, 난 힘이 없어, 난 무능해, 난 어리석어, 난 형편 없어, 난 못해...

과연! 정말! 지금도 그럴까?



어릴 적 엄마와 목욕탕에 갈 때마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는 다 요구르트나 바나나 우유 같은 걸 사주는데,

자신의 엄마는 돈 아깝다며 한 번도 사주지 않아 큰 상처를 받았던 여성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숙제를 내드렸다.

오늘 수업이 끝나면,

요 밑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바나나 우유를 사서, 혼자서 다 마신 후에, 인증샷을 보내달라고.


어렸을 때는 엄마가 돈을 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먹고 싶어도 사먹을 수 없었던 바나나 우유지만,

엄마가 된 지금은 얼마든지 자기 돈을 주고 사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바나나 우유 10개도 사먹을 수 있다!


물론 그 시절에 엄마가 바나나 우유를 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사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하고 미운 감정을 품고 사는 것보다는,

지금 내 손으로 당당하게 사먹는 것이 백 배, 천 배 낫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결론에서 드디어 꼴찌 강아지의 꼬리표가 떨어진다.

어떻게?

그건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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