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32) 세상을 바꾼 아이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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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32) 세상을 바꾼 아이


제목과 표지를 보고, 도입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인전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한 명의 세상을 바꾼 아이가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작은 선택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선택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 아이가 세상을 바꾸는 아이가 될 수 있었겠냐고 말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나비 효과'에 대한 책이었다!



노먼 볼로그는 미국 아이오와의 한 농장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그는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 농장에 있는 옥수수를 그 배고픈 사람들에게 다 먹일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노먼에게는 슈퍼 식물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씨앗을 만들어보라고 아이디어를 준 헨리라는 사람이 있었고, 헨리에게는 그를 숲이나 강가에 데려가 식물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던 조지라는 사람이 있었고, 조지에게는 그를 무법자들의 손아귀에서 구해낸 모지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모지스가 조지를 구해내지 않았더라면,

조지는 헨리에게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줄 수 없을 것이고,

헨리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더라면,

노먼에게 슈퍼 식물을 만들어보라고 아이디어를 주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노먼이 슈퍼 식물을 만들어 이천만 명의 사람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 라는 얘기인 셈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맞아, 맞아!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다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그러면서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감동에 젖고 그랬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 다시 읽을 때의 내 느낌은...

삶에 대해서,

가장 아름다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기 위해 모든 것을 그쪽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엄청 아름다운 결론이 난 상태에서, 그 과정을 역순으로 짚어가면 이런 기적 같은 연결 고리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 선택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얘기다.


노먼이 슈퍼 식물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천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렸을 것이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노먼은 다른 방식으로도 세상에 분명히 기여를 했을 것이다.

슈퍼 식물에 대해 헨리가 아이디어를 주지 않았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와 협업해서 그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꼭 슈퍼 식물이 아니더라도,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해나갔을 거라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세상에 하나의 가장 좋은 결론, 가장 아름다운 결과가 있다는 생각을 경계한다.

최선의 하나가 있다는 생각은, 거기에 이르지 못한 나를 너무도 비참하게 만든다.

내가 더 노력했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때 제대로 선택했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좀 더 재빨리 움직였다면 그것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결과인 '그것', '그 하나'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나는 삽시간에 불행해지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한 작은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나는 모른다.

나는 좋은 의도로 선택한 행동이지만, 내 의도와 달리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내 딴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행동이지만, 모자라고 부족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온 대로, 그런 내 행동조차 다른 누군가에겐 또 다른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고,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나름의 의미로 일파만파 퍼져간다.


어떻게 보면 속수무책인 거고,

또 어떻게 보면 어차피 삶은 내가 아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나는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사안을 두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당연히 나는 올바른 선택, 좋은 선택,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싶다.

그래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느라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 모르겠다!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난리가 날 수도 있다.

내가 그 일을 다른 사람한테 미루면 어떨까? => 모르겠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고, 더 꼬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일을 지금 당장 말하면 어떻게 될까? => 모르겠다! 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결론은 내가 백날 고민해봤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타인의 마음과 그 사람이 현재 처한 상태를 내가 속속들이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에 누군가가 그 일에 끼어들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답을 도출하려고 하니 답이 안 나온다.

정답을 만들어내려고 하니, 까딱해서 일을 그르칠까봐 너무 무섭다.

정답을 내지 못할까봐, 아예 아무 행동도 못 하고 망설이고만 있게 된다.



정답이 없다면,

그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밖엔 없다.

내 기준에서 생각해볼 때, 지금의 상황에서 옳다고 판단되는 일,

지금 내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

비록 일이 잘못되어 오해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감수하겠다는 나의 각오,

피하기보다는 직면하겠다는 나의 선택. 그것이면 족하다.


나는 내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 뿐,

그에 따른 결과는 선택할 수 없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든,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


지금까지 머리 터지게 걱정했던 이유가,

정답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정답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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