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로도 가 봐요. ('오리 자매와 여우')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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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연못으로 헤엄치러 가는 오리 자매가 있었다. 그들은 늘 가던 길로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언니 오리가 이 길도 좋긴 하지만, 한 번만 다른 길로 가보자고 말한다. ‘다른 길’ 오리 언니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오리 언니는 연못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말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오리 자매의 목표는 연못에 헤엄치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리 자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숲길을 통과해서 갈 수도 있고, 벌판을 가로질러 갈 수도 있고, 뒷길로 돌아갈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개구멍을 통해 빠르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언니 오리가 제안한 것이 그것이다. 이미 아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계속 가지 말고, 다른 길로 가면 어떤지 한 번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어차피 목표를 이루는 건 같을 테니까. 유연하고 넓은 사고방식이기도 하고, 지루함을 경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다양성을 좋아하고, 도전 정신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길’이라는 말 앞에서 동생 오리처럼 반응할 것이다. “언니, 그냥 가자. 난 이 길이 좋단 말야.” 그냥, 그냥 가던 대로, 그냥 늘 하던 대로, 그냥 원래대로,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번잡하게 굴 것 없이 그냥, 뭐 하러 굳이, 됐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사람들은 새로운 걸 하는 걸 귀찮아한다. 왜? 원래 가던 대로 가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연못으로 가는 길까지 자동항법 기능이 작동하는 것처럼, 발길 따라 그냥 가면 되기 때문에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 어디로 갈지 굳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습관대로 갈 뿐이다. 익숙한 길 위에선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편하다.


그렇다면 ‘다른 길’은 어떤가? 신경을 써서 가야 한다. 모든 게 낯설기 때문에 긴장을 해야 한다. 이 길로 가면 정말 연못이 나오는 거 맞나, 제대로 가는 게 맞나, 가는 길에 무서운 위험이 있지는 않나, 행여 잘못된 길이면 도로 돌아 나와야 하는 쓸데없는 수고까지 해야 할테니 이래저래 번거롭고 불편할 밖에 없다. 이게 바로 함정이다. 잘 아는 길은 안 위험하고, 잘 모르는 길은 위험할 거라는 착각. 왜냐하면 위험은 알고 모르고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닥쳐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리 자매가 늘 가던 길이 오리들을 노리는 여우에게 노출되었던 것처럼, 늘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것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기 쉽다. 움직이는 패턴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패턴이 똑같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쉽게 파악되고, 쉽게 이용당하며, 쉽게 버려진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결 같은 것이 안정감이 있고 신뢰감을 주기도 하지만, 지루해지고 답답해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모든 것에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매번 새로운 것을 해도, 늘 똑같은 것을 해도 다 마찬가지이다.


재밌는 사실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원치 않아도 ‘다른 길’을 강제로 가게 되는 경우가 늘 생기는데, 그게 바로 오리 자매가 늘 가던 길에서 여우를 만난 것처럼, 언제나 영원할 것 같았던 것에서 위험 요소가 생겼을 경우이다. 평생직장일 줄 알았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났을 때, 결혼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연인이 변심했을 때,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던 아르바이트 자리가 알고 보니 사기꾼이 내놓은 덫이었을 때 등등,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 사고는 늘 벌어지곤 한다.


원하면 계속 같은 길만 추구해도 된다. 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변수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것. 원치 않아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는 것. 똑같은 의미로 원하면 계속 다른 길만 추구해도 된다. 그래도 어차피 위험은 피할 수 없으니까. 남은 것은 하나다. 내 자의로, 한 번쯤 다른 길을 선택해서 경험을 해볼 것인가, 아니면 동생 오리처럼 큰 위험을 겪고난 뒤에야 혼비백산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내몰릴 것인가. 이건 그냥 ‘다른 길’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다른 길’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성’ 때문인데, 그건 맨날 똑같은 길을 가도 똑같은 확률로 일어난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같은 길’이라고 절대 안전하지 않다. 바로 그 착각을 버리라는 뜻이다. 최소한 그 정도는 알고 다니라는 뜻이다. 괜히 나중에 너무 깜짝 놀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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