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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Dec 25. 2020

텃밭 분양받았어요

내 땅이 생기다

    드디어 텃밭, 키친가든(Kitchen Garden)을 분양받았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농장 중에 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신청을 했다. 3월 초 구청 홈페이지에  분양 신청을 하면 전자 첨으로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선정되고 나면 분양비 30.000원을 입금하고 1년 동안 쓸 수 있다. 한 구획이 6.6㎡ 로  130개가 마련되었다는데, 신청자가 훨씬 더 많았다.  당첨되는 일에는 특별한 운이 없는 편이라 걱정이 되었다.


    분양 선정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으니 올해 운세가 좋으려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4월 1일 자로 농장이 시작된다고 하니 그날까지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바이러스가 갑자기 유행하면서 공개 설명회와 교육은 생략되었다. 책자라도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지고, 집에 있는 책을 참고했다.


    첫날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갔다.  배나무 과수원이 있는 산 중턱이 텃밭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흙만 있는 황량한 땅에 꽂힌  번호판을 보며 우리 땅(^^)을 찾아야 했다.  밭을 막상 보니 내 것인 듯 애정이 샘솟았다.  첫날은 무얼 해야 할지 계획도 없이 주변을 구경하며 흙냄새를 실컷 맡았다. 그런데 저 넓은 땅에 어떤 작물들로 채워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배나무 과수원과 행복농장
분양받은 텅 빈 텃밭

    아이들은 흙을 만져보더니 흙파기를 하면서 신이 났다. 학교도 못 가고 집안에만 있던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밭에서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공기를 마셨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만든 세상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텃밭에서 일어날 일은 더욱더 예상하지 못했다.


 


1. 키울 채소 정하기


    작물을 심어야 제때 수확을 할 수 있으니, 시기를 놓치지 말고 파종을 해야 한다. 4월은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고, 땅도 5월이 돼야 완연한 봄이 된다. 차가운 냉기가 남은 밭에 심을 수 있는 건 감자였다. 겨울에 먹다가 싹 이난 감자를 빈 화분에 넣어 두었더니 씨감자를 할만하게 싹이 났다. 텃밭을 하지 않았다면 화분에서 키웠을 감자였다.



2. 도구 준비


장갑

장갑은 코팅된 것이 좋다. 하지만 나는 늘 맨손으로 흙을 만졌다. 가끔 지렁이가 물컹 만져지기도 했지만 나보다 지렁이가 더 놀라 달아났다. 종종 허수아비처럼 세운 막대기에 장갑을 꽂아놓는 분들도 있었다.


물조리개나 물 호수

처음엔 물조리개를 챙기고 다녔지만 익숙해지니, 호수를 연결해서 물을 주었다. 물 조절을 하다 옷이 젖기도 하지만 금방 원하는 물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와야 한다. 농부가 수확하는 날 만큼 좋은 날이 비 오는 날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호미나 삽

집에서 쓰던 걸 갖고 다녔지만, 밭에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갖줘져 있다.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작물들이 잘 자라는 만큼 잡초들도 같이 자란다. 작은 호미를 써야 잡초의 뿌리까지 뽑고, 작물들이 같이 뽑이거나 다치는 일이 없다.


장화

운동을 할 때 운동화를 신듯이 흙밭에선 장화가 제일 좋다. 남편과 장화를 산 걸 가장 만족했다. 밭에선 아무리 조심해도 흙이 묻는다. 물을 주면 진흙탕이 되니 말이다. 장화를 신으면 베테랑 농부가 된 기분이었다. 여름 장마에도 잠시 외출용으로 신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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