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뭘 심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집 베란다 화분에 토마토를 키워 본 것, 대파 뿌리를 잘라서 꽂아 심어 먹어본 것이 다였다. 경험은 전혀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농부였다. 그래도내 집처럼 맘대로 쓸 수 있는 장소가 생긴다는 것이 신기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았을 때,그곳은 이름 펫말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는돌만 뒹굴고 있는 흙밭이었다.
옆 밭은 일주일 만에 모종 심기를 끝냈다. 적상추와 청상추 모종을 80개 가까이 빽빽하게 심어놨다. 우리 가족은 뭔가 뒤쳐진 듯 조바심이 들려고 했다.
4월 중순 아직은 땅 위로 차가운 바람이 여전했다. 우리는 씨감자를가장 먼저 심었다. 그리고 나중에 심을 모종 자리를 만들었다. 특히 작물들이 잘 자라려면 모종 사이 간격을 잘 잡아 줘야 한다. 뿌리가 내리면 곧 부푼 풍선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추는 모종 간격 최소 30센티를 잡아야 하는데 고수들은 50센티정도 까지 넓게 간격을 잡는다고 했다. 고추가 나무처럼 커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고수처럼 더 크게 키우지 못해서 아쉬웠다. 옆 밭에 고추는 20센티도 안 되는 간격에 30개 넘게 심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한여름과 장마까지 버티려면 모종 간의 간격이 정말 중요했다.
우리 밭은 소박하게 고추 모종 4개를 30센티 간격으로 심었다. 고추는 그 덕인 듯 기대 이상으로 잘 커주었다.
요즘처럼 거리두기가 중요한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 바이러스가 아니어도,인간관계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이들도 엄마가 딱 붙어있는 것보다는, 엄마를 느끼는 적당한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나와 내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잘자라렴' 주문을 걸며 물주는 아이
봄에 심은 작물
1. 감자:2알4 등분해서 8개를 심었다. 싹 난 자리를 중심으로 자르면 된다.
2. 입 채소 모종: 오크 잎, 적상추, 치커리, 비트, 적치커리
(농장에서 모종과 액 비료를 제공해주는데, 액 비료는 며칠 늦게 가서 인지 남아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액 비료 없이도 밭의 작물은 잘도 자랐다. 밭마다 딸기 모종이 있는데 우리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역시 부지런한 분들이 챙길 건 챙기는 모양이다.)
3. 고추 모종: 추위가 완전히 사라지는 5월 초에 심었고, 가을배추가 한참 자라는 동안에도 수확을 했다.
4. 호랑이콩씨앗파종: 장마 직전까지 꼬투리가 계속 달렸다.
5. 들깻잎 모종: 모종 4개를 심었고, 고추와 거의 비슷하게 텃밭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가을 씨앗을 여물 때까지 잘 자랐다.
그리고 옥수수를 심고 싶었다. 하지만 농장 규정상 옥수수와 호박은 심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옥수수는 해를 가려서 다른 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박, 오이는 덩굴이 어마어마해져서 지지대를 세워도 옆 밭을 귀찮게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ㅜㅜ) 심은 밭들이 있어서작은 소동은 계속되었다.
모종 심고 일주일 후
물을 줄 때마다 웅덩이가 생기고 물 호수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웅덩이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진흙놀이에 빠져서 좋아했다.
모종들은 언제 자라서 뜯어먹을 수 있을지궁금했지만, 착한 텃밭은5월 중순이 되자 싱그러운 먹거리로 돌아왔다. 일주일에 2번 밭에 가서 물을 주고, 한아름 쌈채소를 수확했다. 남들 다 주는 액 비료도 안 줬는데, 갈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