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간 같은 자리에서 세 번을 피웠으니 3대를 잇는 제비꽃이다.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포즈로 보라색 꽃잎을 피워서 초봄을 알려준다. 첫 꽃을 피우고 나서 계속 새로운 꽃을 피우며 열 송이도 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시멘트 틈에 얼마만큼의 흙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뿌리를 꼭 붙이고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겨울 노인정 벽에 칠을 새로 했다.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자들을 보면서 제비꽃이 있던 자리는 좀 살살 발라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칠을 하면서 제비꽃 뿌리가 훼손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봄에는 제비꽃이 피지 않았다.
그래도 씨앗들은 날아가 좋은 땅 위에서 꽃을 피웠기를 바란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었다면 더 멋지게 담아두었을 텐데. 이럴 때는 실력이 아쉽기만 하다.
겨울이 지나면 이곳에 다시 피는 걸 보고 싶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보금자리를 옮긴다. 어디서든 우리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