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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pr 30. 2023

편집자에게 답변을 받았다

투고 거절 메일의 의미

 요즘 나는 절대 하지 않을 일들만 골라서 하고 있다.

돈을 받고 업체가 원하는 원고 쓰는 일부터, 몸을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동안 내버려 두었던 블로그도 발행한다.


 한동안 은둔하며 나를 찾는 일을 글쓰기가 해결해 준다고 믿었다. 브런치에선 그런 내게 기회를 주듯 때때로 깜짝 놀랄만한 노출로 조회수를 올려주기도 했다. 이젠 이름이 바뀐 브런치 스토리처럼 나도 달라졌다.


 일상이 바뀌고 브런치스토리는 작은 서랍처럼 열고 싶을 때만 잠시 안을 들여다본다. 소중한 일기장처럼 나의 몸에서 나온 날 것들이 고스란히 그 서랍 안에 있다. 매일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엉성하지만 짜깁기된 작은 희망조각들이 모두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조각보처럼 알록달록 무늬도 뒤죽박죽인데 발행글은 전단지처럼  쌓여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마음 수련이라도 한 것일까?


브런치에서 1년을 매일 글을 올렸고, 다음 해에는 일주일에 2-3개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지 않아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안부를 묻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원래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도 하지만 앞에 나서는 일은 심장벌렁증이 있다. 글로 세상밖으로 나온 기분을 즐기기도 했다.


 나는 여러 가지가 섞인 야생화 꽃밭처럼 지내고 있다.

종지나물처럼 누구나 보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초록 야생초처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원고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작고 눈에 띄지 않는 벼룩나물꽃처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린다.  

나는 요즘 여러가지가 섞인 야생화 꽃밭처럼 지내고 있다

 답이 나지 않을 땐 객관화가 답이었다.

누군가 나처럼 보내고 있다면 "투고는 해봤어?"라고 물었을 것 같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매일 한 줄이라고 글을 써야 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검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투고를 시작한 지 3주 차가 되었다. 그래서 어제까지 내게 온 거절 메일이 12통이 되었다.


거절 메일을 받게 된 것은 나에게 고마운 일이다.

갈피를 못 잡고 글을 쓰기만 한다는 건 내게 희망고문이었다. 글 조각이 작품이 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건 브런치 책을 발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출간제의는 아니지만 여러 제안도 받았다. 그런데 상상하던 출간의 기회는 아니었으니 이젠 그만 다른 길로 가야 하나 길을 헤맨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린 시간이 길었다.


편집자들이 정중하게 거절의 메일을 보내줄 때마다, 내 글과 제안서를 읽어주었다는 만족감을 얻었다. 그 나머지는 읽어보지도 않고 정리되었을 거란 기분도 들었다.

거의 100여 곳에 투고를 했으니 대단한 피드백인 셈이다.  

처음 한통이 왔을 땐 회신을 해주는구나 신기했다. 그런데 계속 쌓이는 걸 보니 언제까지 거절메일이 올지 궁금해졌다.


 

"모쪼록 좋은 책으로 빛을 보았으면 합니다."

어느 편집팀에서 보낸 어제자 거절 메일 마지막 말이다. 난 이걸 이렇게 해석했다.


"모쪼록 좋은 책을 쓰는 사람이 되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이다.


 야생화 꽃밭은 가능성을 가득 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서부터 보아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기 어렵다.


책 한 권에 보기 좋게 읽기 좋게 구성하는 일은 싹이 트는 대로 핀 야생초가 아니었다. 야생화꽃밭이 왜 좋은지 아니면 의미 있는 사연이라도 담아서 꽃밭 앞에서 미소 짓게 해야 했다.


 나는 아직 야생화 꽃밭이지만, 혼자만의 글방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그리고 다시 투고를 할 때까지 매일 하던 일을 할 것이다. 지친 사람들이 야생의 자연을 찾아 생기를 얻듯이 내게도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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