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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pr 16. 2023

시시한 사람의 투고 방법은

민들레 갓털


 투고를 했다.


 마치 민들레 갓털을 후후 불어서 날리듯 여기저기 말이다. 편집자 이름도 모르고, 출판사가 어디 있는지도 가보지 않았지만 박한 가능성을 담은 갓털을 그 근처로 날려 보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이지만 망설였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완벽하지 않다고, 시시하다고 말이다.


 업무 제안서를 만들던 시절은 십 년도 넘었는데, 이력서를 쓴 일도 까마득한데 나를 매력적이게 표현하는 소개서를 만들어야 했다. 삼일 넘게 만든 소개서는  한쪽 눈으로 만 봤을 뿐인데 얼굴이 빨개졌다.

 

 평소에도 부끄러움이 많은 내가 일을 저질렀다.

출판에 성공한 사람들처럼 긴 스토리를 쓰고 싶지만, 지금은 투고를 하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매달렸다고 고백하는 것 말고 없다.  


내세울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시시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해치웠다. 독자였던 출판사들을 하나씩 검색하고 메일 주소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마음을 먹는 일이었다. 알 수 없는 조급함이 훅 느껴지더니 기다렸다는 듯하고 욕구가 비처럼 쏟아졌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채필현 선생님의 말씀이다. 나를 위해 해주신 말씀인 듯 노트 한 곳에 써 두었다. 리고 믿었다.

난 평범하고 시시하지만 행복하기도 하니까.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통통한 갓털을 만들었다. 처음엔 한송이었지만 두 송이 세 송이 계속 꽃이 피었고 갓털도 여러 개 만들어졌다. 나의 글도 그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쓰였으니 이젠 시도해 볼 차례였다.


 갓털이 때가 되면 훌훌 털고 떠나듯이 결과야 어찌 되었든

해야 할 일이었다. 첫 투고를 하고 뒤부 거절 메일이 하나씩 도착했다. 선생님이나 작가님이란 호칭을 붙인 거절 인사였지만, 나를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건 아니었다.

  

 거절을 받아보니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못했나 싶었다.


 내가 보낸 건 갓털 같은 원고이었지, 뿌리나 꽃이 아니니까 말이다. 러니 는 아직 멀쩡하다.


 남은 출판사 리스트를 펼쳤다. 아직 투고하지 않은 출판사 11곳으로 원고를 보냈다.




 길가엔 지금 민들레가 만발하다. 하얗게 줄 세운 갓털 뭉치를 세다 보니 내가 보낸 투고 메일도 그만큼 되어 보였다.


 ' 아직 좀 모자란데. 더 만들어야겠어 '


 정신이 번쩍 드는데 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민들레 갓털 불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보면 깡충거리며 신나 할 것이 분명했다.


 내일은 학교 앞으로 마중 가야겠다. 요즘 엄마가 좀 시시한 투고를 하느라 바빴으니, 깜짝 선물처럼 보여줘야겠다.

민들레가 핀 곳을 여러 곳을 찾아 두었으니 기회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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