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호르몬제를 먹는 그녀는 늘 피곤하고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눈을 감고 있거나 낮잠을 잤다. 약을 먹는 건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갑상선이 안 좋아서 그래요.'라고 자주 말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몰랐다.
출장을 나갔던 나는 지하철 입구를 앞에 두고발을 떼지 못했다. 걸을 수도, 서 있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갑자기 넘어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일상을 되돌리는 일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갑상선 질환도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이다.
나비모양을 한 갑상선은 목 중앙에 있다. 갑상선, 갑상샘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면역 조절 기능을 한다. 호르몬이 너무 많이 만들어져도 그 반대로 만들지 못해도 우리 몸은 문제가 생긴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단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2대 만성질환 중에 전년대비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공동으로 9.8%가 증가한 갑상선, 심장 질환이었다고 한다.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은 갑상선 질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 증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나 역시 다른 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일이 아닌 일에 깊게 이해하긴 쉽지 않다. 아파도 그건 아픈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이 문제가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그건 바로 '피곤함'이다. 잠을 충분히 자도 졸리고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쉽지 않게 된다. 그 외의 여러 증상도 많지만 '피곤함'이 가장 핵심이다.
우리는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일상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오해를 사고 주변이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피곤' '기운 없음'이란 대표 증상 때문이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액을 통해 방출되는데,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그중에서도 신체적인 성장과 발달, 에너지 생산과 체온 조절 같은 생리적인 기능을 포함하는데 재 기능을 못하면 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진다. 아니 움직이지 말라고 잠을 재우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아프고 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피곤해? 너무 잠만 자는 거 아니야? 또 피곤해? 약 안 먹었어? 약 먹어도 피곤해?
초기엔 거의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잠만 잤다. 내가 그 당시 들었던 말들도 대부분 그러했다.
종종 나와 같이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는 분을 만난다. 적확하게 갑상선 호르몬제를 매일 먹어야 하는 사람, 혹은 그 약을 먹는 가족을 둔 사람들이다. 모두들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상태'를 주변에서 지켜봐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답답해하면서도, 오히려 아픈 자신을 자책했다.
타인에게 전염시키지 않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늘 민폐인 듯 한 기분이 들게 한다. 바로 '피곤함'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갑상선 질환은 완치가 어렵다. 그러니 정신적인 우울증도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다가 끊었다는 사람은 딱 한 번 만났다. 그는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었는데, 나와는 정 반대의 증상을 겪는 경우였지만 말이다.
3년 전 그러니까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은 지 11년이 되던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몸이 늘 서늘해져 우울한 기분은 호르몬제로만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스스로 달랠 약도 필요했다. 차가웠던 몸에 온기가 돌면서 일상을 되찾게 되었지만, 내 병에 이유가 있다는 것도 선명해져 갔다.
봄은 다시 왔다. 제비꽃이 하나 둘 피어날 때 나는 병원에 간다. 갑상선 지수 검사를 하고 진료를 하는데, 매번 호르몬제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를건다. 다음번 예약일이 정해지더라도 똑같은 기대를 잊지 않았다.얼마 뒤면 갑상선 검사 예약일이다. 나의 갑상선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겠지만, 이번엔 생각이 바뀌었다.남편을 제외하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아픈 줄 모른다. 아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구나!
우울했던 갑상선이 나에게 알려준 것은 행복하게 지낼 방법은 많다는 것이었다.그래서일까. 용기가 생겼다. 누구든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자신에게 너무 다그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걸 깨닫는 일이 오래 걸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