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같은 너를 바라본다

천인국 꽃에게

by 무쌍




너는 여전히 피어 있을까? 야생화 꽃밭이 궁금해서 가보려고해. 아이들이 등교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들어갔단다. 둘째 아이도 유치원에서 적응을 잘해주니 기다리던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단다. 혼자 남겨진 내 시계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어.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최대한 잘 써야 하거든. 밀린 집안일은 잠시 뒤로하고 카메라를 들어 중랑천 둔치로 산책 나왔단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천인국 꽃 네가 지난주부터 피기 시작했거든. 늦은 가을까지 오래도록 너를 만날 수 있으니 고맙구나.


가을이 되어갈수록 아침 해는 늦게 시작된단다. 중랑천 작은 언덕에는 아침 햇살이 비추면서 초록색 풀들엔 주홍빛 이 더해지고 있구나. 중랑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게 흐드러지게 핀 야생의 꽃들이 찰랑거리고 있단다.


중랑천 산책로 꽃양귀비


얼마 전 까지는 꽃양귀비가 빨갛게 한들 거리던 곳이었지. 유난히 꽃양귀비를 찾아온 벌들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었단다. 어느새 초록 잎사귀가 무성해진 코스모스는 하얀색과 분홍색의 꽃이 피기 시작했구나. 그늘진 덤불 사이에 선명한 선을 그리며 진분홍색의 패랭이 꽃도 보이는구나. 가을이 온 중랑천엔 태양이 따사롭게 비춰주며 야생화들도 한껏 피우고 있단다.



좀 더 걸어가니 천인국 꽃밭이 보이는구나. 이글거리는 태양을 꼭 닮은 넌, 나를 사로잡는 강렬한 꽃이란다. 꽃술은 보송보송 붉은 솜털을 하고 붉은 꽃잎이 가장자리만 노란색을 하고 동그랗게 피어난단다. 가끔씩 가는 꽃잎의 노란 바깥 테두리가 겹겹이 펼쳐져서 아주 섬세한 꽃도 섞여있는데 수레국화를 닮는 모습이기도 하단다. 난 밝은 태양을 닮은 너의 강렬한 모습이 좋아. 너의 꽃잎은 아침 햇살에 빛을 내며 눈이 부시는구나.

잠시 아무런 방해도 없이 너희들과 마주 서서 아침을 맞이 한단다. 너의 가느다란 꽃줄기는 바람에 한들거리며 참 여유로워 보이는구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변덕스러운 나는 천인국 너의 여유를 배우고 있단다. 넓은 마당이 생기면 천인국 너를 가득 심어서 즐기고 싶어. 마당에 천인국이 가득 피어나면 나도 좀 너그러운 엄마가 되어 있으려나? 잠시 상상하며 웃어본다.


아침 햇살에 만개한 천인국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구나. 길가에 넘어진 강아지풀은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어. 늦여름에 하얗게 피었던 리아트리스는 꽃은 긴 원기둥 핀 모양 그대로 갈색으로 말라 씨앗을 물고 있구나.

한참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이 언덕에 좀 더 있고 싶은데, 한적했던 도로 위로 자전거 바퀴가 다가오더니 따르릉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구나. 이제 황홀한 야생화 꽃밭은 저 멀리 두고 장미덩굴 터널 그늘로 걸어가고 있어. 내일도 시간이 된다면 다시 올게. 돌아가야 하니 아쉽기만 하구나. 그래도 아쉬움을 달래줄 꽃 사진이 담겼단다. 나는 날마다 그런 시간을 담기 위해서 길을 걷는단다.


꽃 사진을 찍기 위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방금 전 머릿속 걱정들도 온대 간데 없어지고, 오직 사진에 담길 야생화들과 나무들을 만나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너를 바라보는 순간은 아무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단다. 멈춘 시간처럼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지금에 집중을 하는 때거든. 그렇게 그 순간을 맛보면 다시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연신 꾀를 낸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밖으로 나가 꽃을 바라보아야 했거든. 아이들이 붙들고 있는 엄마의 일상이라 꽃이 핀 시간을 매번 맞출 수가 없구나. 그래서 외출을 하지 못하는 날도 꽃을 보기 위해서 아파트 베란다에도 꽃을 가꾸고 있단다.


지금 나는 말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진단다. 좋아하는 것을 보다 보면 싫은 것은 멀리하게 되는 거 같아. 앞으로도 계속 집중하고 그 길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단다. 너처럼 곱게 피어서 다정한 에너지를 주는 고마운 나의 벗들이 있으니 말이야. 꽃들을 마주하고, 사진을 찍고, 자연을 배우고, 영감을 얻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단다. 아마도 나의 언어들은 내가 써야만 세상에 피어날 수 있겠지. 분명 이런저런 연습들이 모여 함께 빛을 낼 때가 있지 않을까?



나의 속도로 쓰고 다듬고 또 쓰려고 해.

봄이 오면 베란다 화분에 백일홍을 심을 거야. 4년 전 백일홍 씨앗 한 봉지를 사서 피운 꽃이 매년 잘 펴서 종자를 남겨준단다. 꽃을 키우려고 시작하지 않으면 몰랐을 일이었겠지. 서툴고 초조했던 감정들이 천천히 차분해지고 있어. 잘 버티고 넘긴 기다림의 시간은 무사하게 활짝 핀 꽃이 되길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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