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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풀'이라는 이름으로

<복음과 상황> 공모전 소식

by 겨자풀 식탁


올해 여름,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치열하게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복음과 상황> 연재공모전 공고를 보게 되었다. 이미 <복음과 상황>을 구독하던 한 사람으로, 내가 하는 이 이야기들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실명과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작한 브런치. 그 안에서 풀어내던 나만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흐릿하게나마 보고 듣게 된 다른 이들의 신음소리.


나중은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응모를 했다. 여러 날, 여러 밤, 고민에 또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상 준다는 것도 아닌데 뭘 벌써 걱정이야, 웃겨, 정말'이라며 나 자신을 향해 코웃음이 절로 나온 날들도 많았다. 마감 날짜가 다가올 때는 잠도 못 자게 바빠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친한 지인에게 디엠이 왔다.


"언니! 꿈에서 나왔어요. 라이브 방송을 하시고 계셨어요. 마이크를 꼭 쥐고, 어떻게 생존했는지, 지지해 주고 연대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살아왔고 지옥 같은 시간을 가로질렀고 이제는 언니가 사람들에게 길잡이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이었어요. 팔로워도 많았고요!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 그렇게 불쑥 연락하는 분도 아닐뿐더러, 공모전 응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몰래 준비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위로를 얻고 있었다는 그분의 꿈이, 도리어 나를 격려하고 등 떠미는 것만 같았다. 포기하려던 마음을 포기하고, 잠을 더 줄여가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감 날짜에 딱 맞춰 제출을 했다.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던 과정은 오히려 나에게 치유였다. 지난 시간을 긴 심호흡으로 돌아보았다. 그 안에서 마주한 절벽 같은 절망 앞에 다시 섰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 손을 잡아주는 대신, 힘이 빠져가는 손을 지그시 밟으며 웃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노보다는 슬픔이 몰려왔다. 슬픔 가운데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상처를 싸매고, 쉴 곳을 찾아 누이고, 먹을 물과 음식을 가져다준 고마운 이들의 손과 마음이, 문장 사이사이로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


'누군가, 어디서, 또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손가락을 밟히고 있겠지. 그건 절대 안 돼.'


'죽지만 말아요. 살아만 있어 줘요.'


'당신이 누구든, 지금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겪고 있든, 포기하지 말아요.' 그 마음이 전부였다. 내가 죽고 싶었고, 내가 포기하고 싶었고, 내가 모든 게 끝이라 여겼던 시절을 깊고 진하게 통과하며 여기까지 왔기에 저절로 드는 마음이었다. 생존자의 마음에서 나오는 생존자를 향한 응원, 안타까움, 그리고 불을 통과하는 동안 타 죽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한 방울 눈물의 간절함.




응모를 하고 그 사실을 잊고 지내야지 했다. 그리고 실제로 잊고 지냈다. 초단위로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잊게 만들었다. 오늘만 살아내면 그걸로 족하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2월 첫날.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복음과 상황 연재 기획 공모전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종 심사 결과, '하갈의 후손을 찾아서'가 우수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Screen Shot 2025-12-04 at 12.45.19 PM.png <하갈의 후손을 찾아서: 말 못 하는 자와 고독한 자를 위한 송사> (겨자풀)



희한하게 마음이 차분했다. 그리고 이내 무거워졌다. 내가 상상 속에서 쓰고 싶었던 연재글의 무게가 이제야 비로소 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상의 기쁨보다는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지금 보니 두서도 없고, 내용도 부실하게 느껴진다. '이 글이 왜? 도대체 왜?'


글 자체에서 수상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목소리를 듣고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꼭 한 번 써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전부였던 내 글은, 그 마음 하나 때문에 연재가 허락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어요, 당신이랑 똑같은 사람."

"여기 살아 있어요, 죽지 않고."


그 말이 누군가에게 가닿아야 하기에 주어진 기회라 믿는다. 이 작은 떨림이, 미세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숨 쉴 공간이 되기를 기도하기로 했다. '축하의 기쁨' 보다 '간절한 기도'를 받고 싶다. 글의 수려함이 아니라 마음의 간절함으로, 나와 똑같은 동굴 속에서 울고 있을 이들에게 손 내미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며, 기회를 주신 <복음과 상황>에도 감사를 드린다.


https://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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