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ing. 백수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백수 생활 프로그램 인스톨 중입니다.”
정식 퇴사 일은 6월 2일이지만, 남은 연차를 전부 사용해서 5월 18일 수요일은 예비 백수 첫날이다. 오전 9시, 한창 현장 업무 일지를 점검해서 일일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시간에 여유롭게 커피를 내려 소설책을 보고 있는 설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퇴사했다'라는 실감이 든다. 이런 여유로움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퇴사 후, 당분간 일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저 만성피로이겠거니 넘겨오던 증상들을 하나하나 치료할 생각이다. 그리고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 (작곡, 그림, 글쓰기, 춤, 악기 등)을 해보면서 삶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으려 한다. '백수 생활 프로그램 인스톨'은 악성코드를 제거하는 백신 프로그램 설치가 아니라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스템 포맷'의 의미이다.
당분간 생활은 저금해 놓은 돈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퇴직을 결심하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간 소비 내용을 분석해서 백수 생활 계획을 잘 짜려고 한다. 그동안 돈으로 해결해왔던 것들을 직접 해보면서 낭비도 줄이고 경험도 해보면서 내 안에 유용한 ’앱‘만 남겨 놓으려 한다. 아직은 유급 휴가 중이므로 조금만 더 게으름 부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