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예찬,

by 철없는박영감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각종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자주 다닌다. 대부분의 검사가 공복 상태에서 물도 안 마시고 진행되는데, 피검사를 위해 새벽 일찍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하고 결과까지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한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해서 아침식사도 할 겸 근처에 문을 연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물도 안 마신 상태라서 살짝 예민해져 있었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햇빛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펼치고 무심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순간, 모든 신경이 커피로 집중되었다. 잔을 얼굴 근처로 가져온 순간, 광고에서만 들었던 풍부한 커피 향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커피를 자양강장제처럼 들이켰던 내가 부끄러웠다.


커피 첫 한입의 풍부한 향과 신선한 쓴맛…. 커피 향에 코가 먼저 익숙해지면 이제부터 혀로 쓴맛에 숨겨졌던 깊은 곳의 단맛과 신맛을 찾아낸다. 아메리카노의 따뜻함으로 전신에 온기가 퍼지면 땀이 살짝 나며 쌀쌀해서 입은 겉옷이 피부와 분리되는 것을 느낀다. 잠에서 깬 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무거웠던 눈꺼풀이 카페인 때문에 최대치로 떠지며 시야와 머리가 맑아지고 드디어 내 몸의 예열이 끝났음을 느낀다.


이제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다. 그동안 운동도 열심히 했고, 식단도 잘 챙겼다. 술과 담배는 일절 하지 않았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예열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출발선에 서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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