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던져진 '나'라는 그물

시간의 상대성 (6)

by 철없는박영감
시간의 흐름은 강을 이루고...


'나'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던져진 그물이다. '나'라는 그물을 통과한 시간은 그물코 사이로 무엇인가를 남겨놓고 흘러간다. 이미 흘러간 것들은 다시 붙잡을 수 없고, 그물을 꺼내기 전까지는 무엇이 걸려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점점 묵직해지는 세월의 무게로 봐서 무엇인가 잡아두었다는 것만 확실하다.


그물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나'라는 그물은 이런 모양이고, '너'라는 그물은 저런 모양이다. '그', '그들' 모두 다르다. 누구의 그물은 성글어서 흘러가버리는 게 더 많고 속 편하게 사는 듯이 보이고, 반대로 누군가는 너무 촘촘해서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이고 지고 사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어떤 그물은 망가져 휩쓸려 가버리기도 하고, 어떤 그물은 수선을 해가며 오래 버티기도 한다.


종류도 전부 달라서 누구는 반두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기습적으로 치고 빠지기도 하고, 누구는 통발처럼 욕심 없이 가만히 한 곳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누구는 후릿그물처럼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야 하기도 하고, 누구는 투망처럼 혼자서도 충분하기도 하다.


무엇이 되었든 쉬운 것은 없었다.


살아오면서 '나'라는 그물에 잡아둔 것은 그대로 내가 되었다. 어떤 것은 살아가는 지혜가 되었고, 어떤 것은 약삭빠른 잔머리가 되었다. 어떤 것은 삶의 기준이 될만한 가치관이 되었고, 어떤 것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수치심이 되었다. 추억처럼 인생의 원동력이 된 것도 있었고, 트라우마 같이 인생을 갉아먹은 것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 비슷한 환경이라도 걸리는 것은 모두 달랐다.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사람수만큼 다양했다. 하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촘촘한 그물은 잡아둔 것이 많아서 물 밖으로 꺼내기 힘들고 터지기 일쑤였으며, 성근 그물은 잡아둔 것이 적지만 하나같이 큰 놈이어서 역시 꺼내기 힘들고 터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자세는 다른 듯 비슷했다. 정면으로 마주 서야 했다. 조금이라도 비켜섰다가는 놓치지 않을 것도 놓쳤다. 잘못 비켜서서 하나도 남지 않고 텅 비고 공허해지면 '이생망'을 외치며 괴로워해야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네 잘못'이 아니라며 용기를 북돋아 다시 마주 서게 도와줬다. 공감의 힘이었다. 누구나 그런 유혹을 받아봤기에 그럴 수 있었다.


시간은 저마다 각자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록의 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