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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알록달록

1월 19일에 올리는 기록

by 눈그린 Ja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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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수요일1월 8일 수요일

1월 8일 수요일

수요일은 잉어빵 트럭이 오는 날이다. 아이가 종일반에 간 덕분에 종일 친구와 놀고 돌아왔다. 보기 드문 함박눈이 펑펑 내려서 급히 모자를 챙겨 아이를 맞이했다. 밖에서 눈을 만지고 들어가겠다고 하면 흔쾌히 저녁을 늦게 먹을 작정이었는데, 정문에서 본 잉어빵이 우선이었다. 하-하면 나오는 입김을 보여주며 슈크림 잉어빵을 5천 원어치 사서 냠냠 먹다가 들어왔다.     

제쳐두지 못하고 은은하게 깔린 엄마 생각을 억지로 밀어내며 산책에 갔다가 정민이 권해주는 <검은 돌>이라는 그림책을 만났다. 오락가락하는 진눈깨비와 찬바람을 유리문 너머로 바라보며 피자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밤에는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또 깔깔 웃었다.


1월 10일 금요일1월 10일 금요일

1월 10일 금요일

가련한 제정신이여.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과 <불태워라!>를 동시에 읽으며 분노하는 동시에 안심하는 요즘의 독서. 넷플릭스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드라마 <아수라처럼>이 올라와 이틀 동안 몰입해서 봤다. 지저분하게 끈적이는 러브씬만 없다면 좋겠지만, 감내하고 보았다. 둘째 딸과 그의 딸 요코가 걸어가는 장면을 그리려다 요코만 그렸다. 교복을 입고 엄마가 떠준 겨자색 목도리를 두른 요코.


1월 11일 토요일

여름이 산책에서 수업을 듣는 동안 카페에서 <제인 에어>를 읽는 호사를 누렸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칼국수를 먹고 눈이 덜 녹은 금오천을 산책했다. 글 친구들과 둘러앉아 불편한 마음을 터놓다가 ‘새 차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쉽게 쓰는 글에 대해 생각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 쓰는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지 말고, 쓰려고 마음먹은 글을 써내자는 결심을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쓴 글

 https://brunch.co.kr/@muwiza/164


1월 13일 월요일1월 13일 월요일

1월 13일 월요일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다시 보고 주인공의 조카 니코를 그렸다. 순간을 붙잡으며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 나간다. 다시 보니 주인공 히로야마 외에도 헌책방 주인과 식당 사장, 마주치는 행인들과 그림자밟기 놀이하는 아저씨까지, 더 많은 인물이 눈에 띄었다. 아침이면 반드시 바라보는 하늘, 점심에 올려다보는 나무들, 잠들기 전 떠올리는 이미지들. 간직할 순간을 기억하기.


1월 14일 화요일1월 14일 화요일

1월 14일 화요일

플라잉은 늘 열심히 하지만, 빡세서 힘내 본 파워 플라잉이 확실히 운동이 되었다. 글로 써내도 풀리지 않는 분을 안고 데일리 친구가 만들어주는 새우 파스타를 싹싹 긁어먹었다. 놀이터에서는 계속 술래가 되는 여름의 눈물을 달래며 매번 술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의 술래잡기를 떠올렸다. <아수라처럼>을 다시 봤다. 찐득거리는 장면들을 스킵하고 좋았던 장면들에 몰입했다. 마지막 회 아오이 유우의 대사에 눈물이 터졌다.     

인물을 여러 명 그리면 힘들지만, 포스터를 보고 네 자매를 그렸다. 모두 연기가 좋았다. 얼마나 여러 번 감탄했던가. 좋은 걸 좋다고 말하며 살기로 했지만, 역시 좋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화면과 대사와 캐릭터가 굉장했다는 말 외에는.

1월 15일 수요일1월 15일 수요일

1월 15일 수요일

1년 동안 벼르던 디저트 가게에 갔다. 아침부터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다행히 편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 크림 브륄레와 꾀르, 밀피유가 모두 맛있었다. 뭔가 달라. 맛있는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일도 참 어렵다. 예전부터 눈여겨 보던 식당에서 따끈한 메밀묵밥을 먹고, 동생이 사랑하는 카페에 가서 진한 커피를 마셨다. 찬바람을 맞으며 모처럼 걸어보는 계산성당 주변의 풍경에 케케묵은 옛 기억들이 살아나 ‘내가 왜 여기를 떠났던가’를 다시 확인했다.     

낭만적인 하루를 정성 들여 그리고 싶었다. 디저트 테이블도 꼼꼼하게 채색하고, 동생이 찍은 세 사람도 사진 그대로 그리려 애썼다. 마음에 들게 완성되었다. 스케치북 자리가 조금 남아 사랑스러운 연이도 그려보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브런치 글 이미지 7

1월 16일 목요일

<조커 폴리 아 되>를 보았다. 미치광이 캐릭터와 레이디 가가에 언제나 끌리는 편이었다. 그런 영화가 나오면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는 나. 전편에 비해 실망했다는 말이 많아 걱정했는데, 재미있었다. 고등학생 때 심취했던 한국 현대 단편 문학의 소설에 나오는 독백 뿐인 남자 주인공들 같았다. 조커는.     

<바튼 아카데미>를 다시 보았다. 정확히 쓰자면 다시 보던 걸 멈춰두었다가 짬이 나서 집중해서 엔딩을 마저 보았다. 시크한 주인공은 그리기가 너무 어려웠고, 마지막에 메리가 폴에게 건네는 빈 노트를 그렸다. 간직하고 싶은 장면이었다. ‘한 글자씩 써나가면 되죠.’라는 대사와 함께.

1월 16일 목요일1월 16일 목요일

1월 17일 금요일

운동 마치고 브런치 맛집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요가학원에서 처음 만나 벌써 아이들이 유치원생(각각 5, 6, 7세라 서로 비교하지 않고 평화로운 편)이라니, 요즘 빠지지 않는 세월 타령을 했다. <금빛 종소리>를 읽고 궁금해서 산 <아우라>를 재미나게 읽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해 버렸다. 시즌이 6개나 되던데 앞으로 얼마나 빠져서 볼지.

1월 18일 토요일1월 18일 토요일

1월 18일 토요일

올해 초에 이사 간 여름의 친구네에 놀러 갔다. 엄마들끼리도 아이들끼리도 잘 통해서 귀한 사이, 꼭 이렇게 잘 맞는 친구는 멀리 떠나는 법이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종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아이들도 잘 놀았다. 새로 지은 아파트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도 한참 놀고 놀이터에서 초등 남자아이들 덕분에 편히 놀았다. 어처구니없는 사건들과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많이 웃었다. 별로 먼 길도 아닌데, 차가 많은 곳에 운전해서 다녀오면 얼마나 피곤한지 일찍 잠들었다. 여름이 그려달라고 한 사진을 그렸다. 보드게임 하는 어린이들, 내복 바람으로 노는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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