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45)
재작년에는 산타라고 하면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는 훨씬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물론 엄빠가 한 달 전부터 모든 걸 산타와 연관시켜 울지 말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으니 그럴 만두 하다- 어쨌든 재작년에는 뭔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산타가 주는 선물을 받았다면 올해는 산타와의 만남이 훨씬 친근하고 노련해진(?) 느낌이다.
https://brunch.co.kr/@muyal/49
위 글은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막둥이에 관해 쓴 글이다. 그때는 산타가 좀 무섭고 낯설긴 해도 선물 때문에(?) 관심을 보인 것이라면 올해는 아주 친근하게 산타에게 선물을 받았다. 당연히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처럼...
물론 이 선물은 산타가 준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엄빠가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처음에 산타에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막둥이는 '콩*이 식판놀이'라는 장난감을 산타에게 받고 싶다고 했다. 유*브에서 케*언니가 갖고 노는(=광고하는) 그 장난감을 보고 받고 싶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사이트를 찾아봐도 그 장난감을 파는 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제조사에 문의하니 그 장난감은 6개월 전에 단종돼서 지금은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생각해 낸 건 막둥이를 마트에 직접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거기서 장난감 코너를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막둥이가 맘에 드는 것을 고르면
"산타 할아버지가 콩*이 식판놀이 대신 이걸 줘도 되겠어?"
하고 슬쩍 물어보았다. 막둥이가 그래도 된다고 하면
"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에 이걸 가져오시도록 기도하자."
하고 막둥이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때 아빠는 막둥이 모르게 그 장난감을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트렁크에 싣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막둥이와 엄마에게로 와서 쇼핑을 끝낸다. 우리의 작전은 그런 것이었다. 다행히(?) 막둥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우리에게 속아 넘어가 줬고 우리는 집에 와서 막둥이가 자는 동안 선물을 포장해서 다음날 어린이집으로 보냈던 것이었다.
막둥이가 어린이집에서 산타에게 받은 선물을 뜯어보고 나서 그것이 자기가 마트에서 골랐던 선물인 걸 알았을 때, 설마 엄빠의 이런 007 작전이 있었던 건 몰랐겠지? 아마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엄빠의 이런 쌩쑈(?)가 그나마 의미가 있는 것일 테니까, 그걸 벌써 알아버리면 정말 섭섭하고 애 키울 맛(?)이 안 날 것 같다.
막둥이는 언제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어줄까, 아니, 믿는 척이라도 할까?, 요즘 애들이 너무 빠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믿지 않을까? -아니면 이조차도 그저 헛된 나의 바램일 뿐인 것일까?-
어린이집에 온 산타가 누구네 아빠란 걸 알게 되더라도 이 세상 어디엔가는 진짜 산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많은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만 어디선가는 많은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듯이 말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 어느 날 이 세상 어디에도 산타는 없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어린 시절 산타가 있다고 그렇게 거짓 부렁(?)을 쳤던 엄빠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