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43)
지난주에 와이프가 막둥이와 함께 자기 친구네 가족을 따라 캠핑을 다녀왔다. 난 그날 다른 약속이 있어서 못 갔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막둥이가 캠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은 캠핑과 그닥 친하지 않아, 위로 있는 두 언니들은 제대로 된 캠핑도 한번 못 가본 것이 좀 맘에 걸렸다. 그래서 막둥이만이라도 캠핑 한번 가보라고 보내 주었더니 나와는 달리(?) 극 외향적인 막둥이는 거기 가서 신세계를 보고 온 것 같다.
그날 아침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막둥이는 아빠와 함께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내가 어머니를 병원에서 모시고 오는 토요일에는 막둥이도 함께 데려가곤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막둥이를 봐서 좋고 막둥이도 할머니 집에서 엄마 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서 좋고 엄마도 육아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서 여유 있는 토요일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에 우리 모두 무언의 동의를 한 상태였다. 그런 날엔 막둥이는 할머니 집에 가면 자기가 보고 싶은 tv도 맘껏 볼 수 있고(참고로 우리 집엔 tv가 없다. 첫째가 초 4이던 시절 마눌이 애들 tv 많이 본다고 떼버렸다. ㅠㅠ~) 자기가 먹고 싶은 자장면도 맘껏 먹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할머니와 함께 넓은 집(?)에서 숨바꼭질도 할 수 있고 편의점에 가서 과자랑 음료수도 맘껏 사 먹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할머니 집은 막둥이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런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막둥이가 할머니와 함께 점심만 먹고 일어섰다.
"막둥아, 벌써 집에 가려고?, 이 할미랑 좀 더 놀다 가거라~"
엄니는 막둥이가 벌써 집에 가는 게 서운하신지 막둥이를 말로 슬쩍 나꿔 보았다.
"안 돼요, 오늘 엄마랑 캠핑 가기로 했단 말이예요!"
세상에 이럴 수가~ 오늘 캠핑 간다는 말을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던 막둥이, 막둥이는 거기 가서 엄마 친구인 이모, 삼촌도 만나고 오빠도 만나고(그 집 아들) 그 집에서 키우는 개 '콩이'도 만날 거란다. 그리고 거기서 고기도 구워 먹고 불멍도 할 거란다. 그전 주 토요일에도 갔다 와서 캠핑의 레퍼토리를 모두 꿰고 있었다.
이러니 할머니 집에 좀 더 있으라고 해도 뿌리치고 나올 만하다. 지독한 집돌이, 집순이인 우리 부부와는 달리 막둥이는 야외 생활을 즐기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좋다. 모르는 사람에겐 무조건 낯을 가리던 첫째, 둘째와는 달리 거기 가서도 막둥이는 옆 텐트 오빠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등 남다른 친화력(?)을 선보였다.
안 되겠다, 이제 우리 가족도 캠핑의 세계로 빠져들어야겠다. 좁은 집이지만 개도 한 마리 키워야겠다. 이름도 벌써 정했다. '팥이'로~, 그래야지 와이프 친구네와 함께 캠핑을 가면 '콩팥'이 모두 구색이 맞을 게 아닌가? 고맙다, 막둥이 평생 집돌이, 집순이로 살던 엄마와 아빠를 이렇게 캠핑의 세계로 인도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