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47)
막둥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어제 설맞이 행사(?)를 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2022년 설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덕분에 2년 만에 또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2년 전과 비교해 보시라고 그때의 링크를 걸어보았다.
https://brunch.co.kr/@muyal/56
그때의 사진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2년 전에는 아기새(?)의 세배를 받는 것처럼 안쓰러웠는데 어제 사진을 보면 아주 자연스럽고 여유가 넘친다. 그리고 그때는 세월의 소중함(?)에 관해서 쓰고 막둥이의 세배에 관해 쓴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것보다는 막둥이의 경제관념과 설맞이 행사 사진이 주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설은 설이다. 서양에서는 전쟁이 나서 맹렬히 전투를 하다가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전투를 멈추고 예수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쉬었다던데 우리의 명절도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쉬지 않고 달려온 일 년 중에서도 설과 추석을 맞으면 일단 그 많은 일들을 내려놓고 모두 쉬는 것이다. 정말 그동안 많은 일이 있지 않았던가? 일단 내 글에서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부터 오래된 목욕탕이 폭발했고 불이 나서 젊은 소방관이 제주도에서 한 명, 문경에서 두 명 순직했다. 그리고 많은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많은 거주자들이 대피하다, 혹은 대피하지 못해 숨졌다. 그 외에도 이재명 대표가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러 왔다가 테러를 당했고 수많은 구급차 진상과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났으며 그런 일들은 모두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많은 일들을 보면 여기에 쓸 것들도 많지만 오늘만은 그러고 싶지 않다. 오늘을 바로 설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막둥이의 세배를 받으며 그 모든 일들을 잠시 잊고 쉬고 싶다. 그런 재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또 다음날 해가 뜨면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하고 환자를 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그동안 소방서에서 있었던 피로가 모두 풀린다. 이번 설명절은 정말 나에게는 쉼 없이 달려온 일 년의 쉼표를 찍는 시간인 것 같다. 이런 쉼표의 시간들이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오늘밤은 막둥이가 재롱부리는 사진을 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나갈 힘을 얻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막둥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