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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y 08. 2024

다섯 살의 어린이날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51)

지난 5일은 막둥이의 다섯 번째 어린이날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와 생일은 기다려도 어린이날은 긴가민가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어린이날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빠 어린이날에 어디 갈 거야?"


"아빠 어린이날에 뭐 사줄 거야?"


"아빠, 어린이날에 뭐 먹으러 갈 거야?"


이러니 이번 어린이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게 되었다. 무려 3일이나 되는 연휴를 어떻게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 보았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은 어차피 내 근무날이었다. 다행히도(?) 그날은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처가에 가서 처가 식구들과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어린이날과 합쳐서 어버이날을 미리 댕겨 하려는 모양인데 사위로서 얼굴 비추지 못해 미안하긴 하지만 앗싸!, 하루는 제꼈다~^^;;


(처가인 거제도에서 외사촌과 즐겁게 노는 막둥이~^^)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엔 다음날 교회에서 하는 찬양 율동 연습하러 오전에 아내와 함께 막둥이가 교회에 간다고 했다. (오, 주님~ 여기서 이런 은총(?)을 베풀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 일단은 그렇게 오전 시간은 주님께 막둥이를 의탁(?)하고 난 오후만 책임지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교회에서 찬양 율동 연습을 마치자마자 애들과 마눌을 픽업해서 마산에 있는 R랜드에 갔다. 


(마산 R랜드에서 신난 막둥이~^^, 그래 어린이날엔 바~로 이 맛 아입니까~^^;;)


문제는 어린이날 당일인 일요일이었다. 그날은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고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진짜 어린이날 하루는 뭔가 제대로 보내야 할 것 같아서 고심해서 계획을 세웠다.


주님의 은총(?)으로 막둥이는 오전에 교회에 가서 어제 연습한 찬양 율동을 예배시간에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예배가 끝나면 근교에 있는 해양 체험관에 가서 좀 놀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막둥이가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사고 또, 막둥이가 먹고 싶어 하는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고 들어오면 무난할 것 같았다. 뭐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대한민국 5살짜리의 어린이날 치고는 그런대로 평균점은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AwjYcyV3JVQ?si=lj8EPj_VHcfhTkYc

(예배시간에 막둥이와 엄마의 찬양, 율동~^^)


그렇게 해서 5월 5일 일요일 오전에 교회에서 찍은 찬양 율동 동영상을 위에 올려보았다. -여기서 막둥이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사람은 눈썰미 좋은 사람으로 인정 ㅋ~- 어쨌든 그렇게 오전시간을 보내고 교회 앞에 새로 생긴 돈가스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한 300m 정도 떨어져 있어 걸어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걸어가다 보니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좀 맞으며 들어간 돈가스집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앉아있었다. 주방에선 갑자기 많은 주문이 몰려서 그런지 정신없이 부산스러웠다. 결국 30분 이상을 기다려 겨우 돈가스를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경험해 보는 부산에서의 웨이팅을 겪고 나서야 겨우 오늘이 어린이날이란 게 실감 났다.


점심을 먹고 우리가 계획한 해양체험 테마파크로 차를 몰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린이날 우중 드라이브를 해 보니 이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릴 적 어린이날에는 하나같이 날씨가 좋았는데... 엄빠가 없어서 어디 못 간 적은 있어도 날씨가 안 좋아 어디 못 간 적은 없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세상없이 날씨가 좋았던 5월 5일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첫째와 둘째가 어린이날을 맞던 2010년대부턴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더워서 애들의 얼굴이 빨개진 것까진 이해를 하겠는데 막둥이가 어린이날을 맞은 작년과 올해는 봄비를 넘어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방정환 선생님, 어린이날을 다시 제정해 주십시오, 4월 중순이나 말로 말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아서 애들이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하며 놀아야 할 어린이날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5월 5일에도 기상이변이 생겨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어린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날씨가 바꿨으니 어린이날도 바꿔야 안 되겠습니까?"


나는 하늘에 계신 방정환 선생님에게 이렇게 구구절절 편지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년 연속 우중 드라이브를 거쳐 도착한 해양 체험관은 건물이 각각 떨어져 있어 이동하면서 또 비를 쫄딱(?) 맞아야 했다.


(해양 체험관에서 막둥이와의 즐거운(?) 한 때~^^)


그렇게 빗속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체험을 하고 나니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우리 가족 모두 지쳐있었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막둥이의 선물만 사고 식사는 집에 가서 배*으로 시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마트에서 선물을 사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니 이제야 한 해 농사(?)를 끝냈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마눌이 막둥이를 씻기고 재우자 막둥이도 피곤했는지 금세 곯아떨어져 버렸다. 비가 좀 많이 오긴 했지만 올해도 성공적인(?) 어린이날이었다. 


"내년엔 좀 더 피곤하겠지?"


난 마눌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마눌은 물어 뭐 하느냐는 듯이 눈을 찡긋해 보이며 대답했다.


"내년엔 또 내년대로 어떻게 되겠지, 어쩌면 어린이날을 기다리지 않는 날이 오면 좀 서글퍼질 것 같은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요란법석(?)하게 어린이날을 챙기다가 어느 순간 애들이 없는 어린이날이 온다면 나도 좀 그럴 것 같았다.


"있을 때 잘하자고, 체력도 돈도 있을 때가 좋은 거야..."


내 입에선 이런 선문답 같은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밖에서는 뜨거웠던 어린이날을 식혀주려는 듯, 주룩주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에 맞춰 쌔근쌔근 잠자는 막둥이의 숨소리가 어린이날의 조용한 마무리를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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