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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ul 14. 2024

막둥이 사고 치다!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54)

(대문사진-네이버 블로그 '소담살림' 펌)


여름이 다가오자 막둥이의 취약점이 하나 더 드러났다. 바로 '모기에 약하다는 것'이다. 네댓 살 정도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막둥이도 얼마나 피부가 부드러운지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붓는 것을 넘어서 거의 알레르기 수준이다. 나중에는 진물이 흐르면서 간지러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시원하게 긁으라고 말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긁으면 피가 나고 금방이라도 부르킬(?) 것 같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막둥이를 보니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집사람이 얼음찜질로 붓기를 빼주는 것과 동시에 나는 침대 위에 모기장을 설치했다. 이 정도면 올여름은 무사히(?) 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경기도 하고도 오산~이었다.


막둥이가 침대를 딩굴딩굴 굴러다니다가 모기장과 맞닿은 팔 부분에서 모기에 물린 것이다. 어휴~ 나쁜 놈들 어디 빨아먹을 게 없어서 우리 집 막내딸의 피 같은 피(?)를 빨다니... 안 되겠다. 이러면 이판사판이다. 너 죽고 나살고, 가재 잡고 도랑 치고(으잉? 이건 아닌 것 같은디?)다. 


잘 때는 모기 매트를 켜고 막둥이를 침대 정중앙에 눕혔다. 그리고 좌측엔 좌청용인 여보가, 우측엔 우백호인 내가 자리했다. 이러면 피를 빨아도 우리 부부의 피를 빨겠지...ㅎㅎㅎ 그리고 외출할 때는 무조건 뽀로로 모기패치를 붙였다. 상의에 한 개, 하의에 두 개, 이렇게 하면 쉽사리 모기가 달려들지 못하겠지. 얼마 전 할머니집에 갔다가 모기한테 왼쪽 볼따구니를 물린 적이 있는데 그게 무려 근 보름이나 가라앉지 않고 우리 애를 태웠었다. 그러니 외출 시엔 무조건 막둥이를 지켜줄 '뽀로로 모기패치'로 중무장을 한 것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은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그날은 집사람이 교회에서 하는 '여름성경학교' 준비로 내가 막둥이를 봐야 했다.(집사람은 교회에서 유아부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심심하다고 하는 막둥이를 데리고 차로 30분 거리인 본가로 갔다. 일요일이면 엄니도 심심해할 것이고 마침 심심한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았다. 같이 점심을 먹고 막둥이가 좋아하는 키즈카페에 가서 한두 시간을 놀려 주고 있으면  집사람은 집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때까지 막둥이와 엄니 모두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엄니는 막둥이만큼이나 그 키즈카페에 있는 안마의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니와 막둥이를 차에 태우고 근처에 있는 키즈 카페로 '룰루랄라'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막둥이나 엄니나 서로 간만에 만나 분위기도 좋았다. 차 안에서 막둥이가 교회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가고 있었다. 한 십 분이면 키즈카페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근데 갑자기 막둥이가 뒤에서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으앙! 코에 뭐 들어갔어!"


운전석에 앉은 나는 뒷좌석의 막둥이와 엄니를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이게 뭔 말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막둥아, 뭐가 들어갔다고? 어디 보자!"


엄니가 막둥이를 달래며 코 속을 보려는 것 같았다. 


"으앙, 안 나와~, 병원 가야 해~!, 수술해야 할지도 몰라~으앙!"


녀석~ 수술이 뭔지나 알고 하는 말인지, 난 신호가 바뀐 틈을 타 뒤를 돌아보았다. 막둥이는 울고 있었고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어디?, 뭐가 들어갔는데?"


엄니가 물어보자, 막둥이는 다시 대답했다. 


"뽀로로 패치, 그게 코에 들어갔어!"


나는 다시 내 귀를 의심했다. 뽀로로 패치가 왜?, 그게 아이 코에 들어갈 수 있나?, 아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가?


"막둥아, 휴지로 코를 막고 흥! 풀어봐, 그리고 살살 꺼내 봐!"


엄니는 막둥이에게 휴지를 주며 그걸 꺼낼 수 있게 옆에서 코치를 했다. 하지만 막둥이는 몇 번 코를 킁킁거리더니 다시 울상이 되어 말했다. 


"안 나와! 수술해야 돼, 엉엉!"


나는 차를 도로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뒷좌석 문을 열고 막둥이의 코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처음엔 사실 막둥이가 옷에서 그걸 떼서 무슨 이유에선지 자기 코로 집어넣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건 아닌가 하고 자동차의 바닥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바닥엔 아무것도 없었다. 막둥이는 계속 울고 있었다. 이렇게 우는 애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간다는 건 무리였다. 막둥이 말대로 패치가 코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일단 다시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금 빨리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집사람도 알았다고 했다.


집으로 가서 막둥이를 소파에 누이고 핸드폰 불빛으로 코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모기 패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같이 보던 첫째는 코 안쪽에 뭔가 보인다고 했다. 교회에서 부리나케 돌아온 집사람도 안에 뭔가가 있다며 핀셋(?)으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네 살배기 코 안을 넣어 휘저을 만큼 작은 핀셋이 우리 집엔 없었다. 


나는 119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를 도와주러 받던 전화를 내가 도움이 필요해 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게 대수랴, 우리 막둥이가 긴급상황에 놓여있는데...


"따르릉~"


난 수보대 직원에게 우리 애의 상태를 설명하고 구급차가 필요하진 않지만 병원 선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119 수보 직원은 구급상황관리사 (구급차의 병원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시 도움을 주는 119 수보 요원 중 한 직책)를 연결해 주었다. 그 구급상황 관리사는 지금 우리 애가 가서 치료를 받을 만한 병원으로 부산 강서구의 한 병원과 서구의 한 병원을 안내해 주면서 두 군데 다 전화를 걸어보고 가능한 병원으로 가라고 말해 주었다. 


난 두 군데 다 전화를 해 보았는데 서구의 병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강서구의 병원은 받았는데 지금 병원에 오면 한 시간 정도 기다리지만 진료는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강서구의 S병원으로 출발했다. 막둥이의 코는 우리가 뭔가를 넣어서 그 패치를 꺼내기엔 너무 조그마했고 또 그러다 패치를 더욱더 안쪽(?)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분 만에 그 병원에 도착해서 내가 주차를 하는 동안 집사람이 막둥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올라가서 접수를 했다. 내가 병원에 들어가자 막둥이는 좀 진정이 되었는지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 조그만(어른 손톱만한)그 뽀로로 패치가 왜, 또 어떻게 막둥이의 코로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래서 막둥이에게 물어보았다.


"막둥아, 그런데 그게 왜 니 콧속에 들어갔어?, 니가 넣었어?"


막둥이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뒤이어 묻는 '왜?"라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집사람은 나에게 막둥이를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난 그 이후로 막둥이에게 아무 말도 묻진 않았지만 과연 그걸 여기서 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짓눌렀다. 여기서 빼지 못하면 막둥이 말대로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난 내일 출근도 못하고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또 돌아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막둥이와 집사람이 진료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내 마음은 바싹 타들어갔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웃으며 나오는 막둥이의 얼굴을 보니 모든 걱정이 녹아내리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집사람은 의사 선생님이 내시경(?)을 몇 번 넣어보시더니 쉽사리 빼내 주셨다며 웃으며 좋은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뽀로로 패치가 정확하게 4분의 1로 접혀 있었다는 것이다. 접힌 부분이 뒤로 가 있었으면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는데 다행히(?)도 접힌 부분이 앞으로 와 있어 쉽사리 빼낼 수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모든 것이 좋다고 막둥이가 인생 최초로 사고(?) 친 날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막둥이가 잠이 든 차속에서 서서히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며 서로 손을 잡았다. 앞으로 막둥이가 또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놀라지 말자, 꾸중하지 말자는 무언의 손짓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사고를 치면서 자라는 거니까, 또 부모라는 건 그런 사고를 묵묵히 받아주라고 있는 거니까... 우리의 그런 무언의 대화 속에 뒷좌석엔 막둥이가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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