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66)
막둥이가 6살이 되면서 나하고 노는(?) 일이 많아졌다. 와이프는 6시 직장에서 퇴근이고 집에 오면 6시 반쯤 된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는 학원이고 스카 다니느라 방학 동안에도 바빴다. 비번날 내가 집에 있으면 막둥이를 5시쯤에 유치원에서 데려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와이프와 언니들이 와서 함께 밥을 먹을 시간까지 나와 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막둥이와 안 해 본 것 없이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있다.
좀 고전적(?)이긴 하지만 젤 만만한 놀이가 바로 윷놀이다. 게임 규칙도 간단하고 승부도 쉽게 난다. 그래서 우리는 심심하면 윷놀이를 하곤 했다. 처음에는 막둥이가 그냥 하자더니 요즘은 자기가 모에서 시작하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왜 안 되겠니, 그러라고 한다. 그래야 나도 재밌으니까~ㅋ, 그렇게 하도 많이 하다 보니 딸려 나온 윷놀이판이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그래서 내가 손수 하나 만들었다. 달력 뒤편에다 아빠가 그린 윷놀이판~ㅋ
두 번째는 할리갈리와 종 치기 게임이다. 같은 숫자나 모양의 카드가 나오면 누가 먼저 종을 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할리갈리는 첫째와 둘째가 어릴 때 하던 게임인데 막둥이가 태어난 20년대에는 종치기 게임이라고 해서 새로 나왔다, 일본의 캐릭터들이 들어간 게임인데 막둥이도 20년대생 아니랄까 봐 할리갈리보단 이 종치기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다. 승부는 아직은 내가 이기고는 있지만 첫째와 둘째 때와 마찬가지로 막둥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나를 이길 테고 나중에는 아빠 하곤 시시해서(?) 안 하겠다고 할 테지~ㅋ
마지막으로 쿠키박스 게임이다. 카드에 나온 대로 누가 먼저 동그란 플라스틱 그림을 배열을 하느냐 하는 게임인데 막둥이는 이것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아빠는 십 초를 세고 난 뒤 시작하라고 한다. 그러면 승부는 거의 막상막하다.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똑같이 시작해도 막둥이에게 따라 잡힐 날이 올 거다. 그러면 나는 쿨하게 이 게임도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막둥이가 교회에서 받아온 헬리콥터(?) 장난감으로 몇 시간 신나게 놀았다. 나도 이 장난감을 보니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당장 아파트 앞 놀이터로 나가서 막둥이와 신나게 날렸다. 내 어릴 때처럼, 그러다 보니 막둥이 또래의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차마 한번 날려보겠다는 말을 하는 녀석은 없었다. 내가 날리니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동그란 날개들이 날아가서 땅에 떨어지면 막둥이가 어김없이 달려가 이것을 갖고 오는 것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얼씬도 하지 말라는 듯~ 그것이 너무 웃겨서 땡볕에서 계속 이것을 날렸는데 그럴 때마다 막둥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까지 이것을 갖고 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이건 우리들 것이니까 누구도 손댈 수 없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우리는 헬리콥터 날리기를 멈추고 들어왔고 와이프는
"밖에 더운데 뭐 하고 놀다가 이렇게 땀에 흠뻑 젖었니?"
하며 바로 막둥이를 씻겨주었고 다행히도 그날밤 막둥이는 꿀잠을 잔 것 같았다.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플라스틱 빨대로 뭘 만드는 놀이기구가 있길래 그중에 한 가지인 집을 만들어봤다. 왠지 좀 어설프긴 했는데 막둥이는 의외로(?) 이걸 좋아했다. 여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자겠다고 했다. 엄마의 반대로 결론은 그 안에서 태블릿을 보는데 그치기는 했지만 뭐 막둥이가 좋아하면 그걸로 된 거 아날까?~ㅋ
지난여름에는 정말 프라이빗(?)한 풀빌라에 가서 우리 가족들만 오붓하게 물놀이를 즐겼다. 첫째와 물총놀이를 했는데 막둥이도 홍학을 타고 재밌어했다. 나도 정말 소방관 생활하면서 더위에 찌든 심신이 절로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아빠하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막둥이의 머릿속에는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아니면 평생?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기억이 얼마를 가든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아빠와 함께 재밌게 놀았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닐까?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져 가겠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아빠가 자신의 인생에서 별 비중 없는 존재로 전락(?)하겠지만 어린 시절 아빠가 가장 좋은 놀이친구였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막둥이와 함께 한 시간들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지금 막둥이와 노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빛나는 보석일 테니까...
https://youtu.be/DHYLmnh8BRE?si=oWysOXObFPcW-k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