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째가 컴퓨터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아마도 우리가 보는 걸 보고?) 그걸 귀신같이 알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동영상들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시작은 아마도 '아기 상어'가 아닌가 싶다. 요즘 어디나 흘러나오는 동요(?), 아기 상어. 어린이집에서도 들어봤을 테고, 온갖 장난감의 버튼만 누르면 흘러나온다. 셋째는 그것을 보면 울다가도 뚝 그치고 춤을 춘다. 생각해 보니 그래서 애를 달래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틀어준 것 같다. 그러던 것이 핑크퐁을 거쳐 이제는 누구누구 튜브로 대변되는 유튜브로 옮겨왔다.(빠르기도 하지~)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가리키며 '응~응~'거리고, 내 핸드폰을 봤다 하면 틀어달라고 내게로 가져온다. 그리고 틀어주면 동화책을 볼 때 3초 이상의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던 것과 정반대로 30분이고 1시간이고 그 앞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보인다.
화장실 앞에서 몰래 내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다가 딱 걸린 셋째-벌써?~ㅋ
첫째와 둘째 때는 단연코 뽀로로였다. 처음에는 T.V로 그걸 틀어주다가 나중에는 CD를 사서 몇 번이고 정주행을 하며 첫째와 둘째를 키웠다.(둘 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중에는 지들 엄마가 아예 TV를 떼서 베란다 한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은 거실에 TV가 없다. 하지만 애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컴퓨터로, 휴대전화로 보면 되니까...(IT기기와 어릴 때부터 친해지게 만들려는 엄마의 큰 그림?)) 그 덕분이었을까? 첫째와 둘째는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 여자애가 안경을 쓰고 있어서 좀 걱정스러운데 정작 본인들은 어릴 때처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대학에 들어가서 라식 수술을 받으면 된단다...(쩝, 너네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ㅋ)
내 어릴적 흑백TV-좌우에 문이 열리면 마치 무대의 막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네이버 블로그 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도 말을 하기 전에 TV를 봤던 것 같다. 아버지가 사 오신 흑백 텔레비전 앞에서 셋째처럼 넋을 놓고 보고 있으면 어머니가 '그러다 테레비 안으로 기어 들어가겠다'라고 흉을 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어릴 적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서 한국방송보다 일본 방송이 더 잘 나왔다. 내가 처음 본 것은 공룡과 원뿔 모양의 탱크(?)가 나오는 일본 특촬물(사람이 특별하게 제작한 로봇이나 괴물 옷을 입거나 분장하여 미니어처로 된 무대장치 위에서 연기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 공룡은 아마도 고질라가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그놈이 나타나서 도시를 짓밟으면 어디선가 원뿔 모양의 탱크가 나타나서 앞에 달린 원뿔 모양의 날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 그놈을 뒤쫓으며 결국에는 고질라의 배를 뚫어버리고 승리하는 내용이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게 그것이 일본어인지 한국어 인지도 모르고 좋아했다. (말을 못 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탁월한 능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라진 듯하다.) 이런 아빠 밑에서 태어난 딸들이니 부전 여전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시대~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간다. 채널 3개를 왔다 갔다 하던 우리 때(?)와는 달리 지금은 TV 채널도 몇 백개를 넘기고, 그뿐인가? 컴퓨터를 켜면 온갖 개인방송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뭘 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시대, 아이에게 뭘 보여줘야 할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어차피 그 애들이 크면 볼 거 다 보고, 알 거 다 알게 되겠지만 아직은 좋은 것, 유익한 것만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시점을 될 수 있는 대로 늦게 가져가고 싶은 게 부모의 심정이다. 우리 애와 좀 더 몸으로 놀아주고 싶고 IT 기기보다는 자연을 접하게끔 해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는 칭얼대는데 내 몸이 피곤하면 컴퓨터를 틀어주고 싶다. 틀어주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소파에 누워있고 싶다. 자연을 접하게 해 주는 게 좋은 줄은 알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 코로나에, 밖에 나가서 시달릴 생각 하면 그냥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유튜브를 틀어주는 게 애한테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를 때우고(?) 나면 약간의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원한 저녁이 되면 다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나가보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휴대폰에 눈을 박고 있는 두 딸들이 좀 야속하기도 하다. 세월이 그런 걸 어떡하냐며 스스로를 다독여 보기도 하고 이런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오히려 IT기기를 접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자문해 보기도 하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차라리 '캐세라 세라~ 될 대로 돼라, 너희들 인생이니까 너희들 알아서 해라.' 하며 본인들에게 맡겨두고 싶지만 집사람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셋째는 될 수 있는 대로 그런 걸 보여주지 말아야 하고 첫째와 둘째도 시간을 정해서 그 외에는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언제나 해답은 집사람이 쥐고 있다.) 육아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와이프와 내가 팀을 이뤄 하는 경기인 것이다. 저쪽(?)이 이제 3명이 되었는데 이쪽(?) 두 명이 감당하려면 이쪽 두 명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하마터면 또 나 혼자 육아를 할 뻔했다. 나의 유일한(?) 파트너인 아내의 작전을 받아들여 그 작전에 100% 따르기로 하겠다. 끝!
P.S-셋째가 유튜브에 몰입할 때 그만 보게 하는 Tip
(우리는 이 방법을 쓰고 있는데 아직은 잘 먹혀들고 있다, 아직은~)
1. 가족 중에 한 명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 벨을 누른다.
2. 벨이 울리고 벽에 비디오폰(위의 사진)에서 화면이 나오면 셋째가 현관으로 나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