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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un 16. 2022

첫째, 고교생이 되다.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22)

(사진-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중에서)

 

   첫째가 고등학생이 된 지 이제 4개월이 흘렀다. 우리 때(=라때)만 해도 고교생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뛸 정도로 낭만적인 면이 있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검은 교복과 교모,-참고로 난 교복세대는 아님~- 를 입은 고교생들을 보면 괜히 가슴이 설렜다. 인생에서 가장 푸릇푸릇한 나이여서 그럴까?, 밤새워 라디오를 듣고 편지를 써도 좋아서 모자랄 것 같던 시절이 바로 고교시절이었다. 얼마나 그랬으면 당시에 고교생을 소재로 한 하이틴 드라마나 소설도 많이 나왔었다.


https://youtu.be/E7mF1btZe4s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강수연이 주연으로 나왔던 고교생 일기-


   그런데 얼마 전 교고생이 된 첫째는 이런 낭만하고는 거리가 먼 듯하다. 일단 집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갔다 오면 11시 반, 열두시쯤 된다. 그런데 이제는 거기다 스터디 까페라는 곳에 가서 공부를 더 하다가 새벽 2, 3시쯤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스터디 까페? 스터디 까페는 몰라도 스터디 그룹이라면 나도 해 본 적이 있었다. 대학시절에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 동아리 형식으로 몇명이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이제는 고교생이 한다니?


   첫째의 말을 들어보니 자기가 하려는 것은 그런 동아리가 아니라 스터디 까페라는 시설이 따로 있단다. 우리 때로 말하면 일종의 독서실 개념인데 거기는 24시간 공부할 수 있는데다 따로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자유롭게(?) 공부하다가 자기가 원하면 커피나 간식도 먹을 수 있어서 좋단다.(아빠 옛날 사람 인증~ㅋ)


(아빠는 가보지 못한 스터디 까페(좌측은 공부하는 곳이고 우측은 커피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추정)-네이버 블로그 펌)

  

   얘기를 들어보니 좋긴 한데 새벽 2, 3시에 집에 들어온다니 아빠로서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딸 키우기 참 무서운 세상이 아니던가!, 그래서 학원 갔다 집에 오면 12신데 무슨 공부를 더하려고 하냐고, 그냥 12시에 집에 오면 자는 게 어떠냐고 하니 그래 갖곤 안된단다.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걸 집에 와서 복습해야 하는데, 집에 오면 침대에서 곯아떨어져 자게 되기 때문에 안되고 스터디 까페라는 곳에서 두세 시까지 복습을 하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인데 그게 다 내신에 반영되고 대학 가는 데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다니는 친구도 있고 새벽 두 세 시라도 그 스터디 까페에는 자기 같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위험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쩝~ 새벽 두세 시에 학생들이 그리도 많아? 첫째가 고 3이라면 아빠가 쉬는 날마다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했겠지만 앞으로 3년이나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그 말은 입에서 나오기 전에 일단 고이(?) 접어두었다.


   "그래, 그럼 너 공부 잘 되는 데서 해~, 대신 항상 집에 올 때 조심하고..."


   아빠로서 쪽집게 과외는 못 시켜 줄 망정 딸이 공부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 입에서는 이렇게 한숨처럼 맥 빠진 대답이 흘러나왔다.  


   물론 우리 때도 지금 대학 수능시험과 같은 대입 학력고사가 있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다 있었다. 거기다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요새는 애들은 야자라고 부르던데 난 첨에 그게 선생님들과 야자타임 갖는 시간인 줄 알았음~ㅋ-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4당 5락이라고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렇게 있을 건 다 있었는데도 우린 나름대로 친구들과 고교생의 낭만을 즐기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은데...-그래서 서울대에 못 간 건가?~^^;;~- 요즘은 고교생활의 낭만은 '개나 줘버렷!' 수준인 것 같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한창 꿈 많은 고교생활을 즐겨야 할 여고생을 이렇게 잠 못 자고 힘들게 만든 건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물론 어른들의 잘못이겠지, 딸아~ 아빠는 너의 고교시절이 점수 몇 점 가지고 친구와 경쟁만 하는 고교시절이 아닌, 꿈과 낭만을 가지고 친구와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는 멋진 고교시절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데... 그건 그냥 아빠의 욕심이겠지? 아무쪼록 건강 해치지 않으면서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그와 더불어 친구와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3년 후에는 그 노력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고 성인으로 가는 좋은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딸아~


일본 훗카이도에 여행 갔을 때의 두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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