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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ul 15. 2022

미니멀라이징(minimalizing)

아침 동산에서(24)

   근래 점점 나잇살이 찌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좀 많이 먹어도 다음날 좀 뛰어 주면(?) 살이 쑥 빠지는 걸 느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소화도 잘 안되고 좀 움직여도 빠지기는커녕 바로 살로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침에는 좀 간단히(과일과 시리얼, 요구르트와 견과류?) 먹고 점심은 양껏 먹는 대신 저녁엔 9시 이후엔 안 먹는 걸로 전략을 세웠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살은 빠지지 않고 체중계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많이 먹는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을 때는 뷔페에 가면 허리띠를 끌러놓고(너무 노땅스틱한 표현인가?~ㅋ) 먹었는데 이제는 뷔페에 가는 걸 즐기지 않게 됐다. 많이 먹어봐야 소화도 안되고, 많이 먹는 만큼 움직여서 열량을 소모해야 그게 살로 가지 않고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야 나름 가벼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그럴 거면 미리 적게 먹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그런 미니멀리즘이 통할지 모른다. 돈을 많이 번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돈이 주(主)가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반문할 테지만 난 그런 사람들에게 앞에서의 나잇살을 예로 들며 말하고 싶다. 당신이 버는 만큼 잘 써야 하는 숙제를 지게 된 것이라고, 버는 만큼 잘 쓰지 못하거나 한쪽 구석에서 돈을 놀리고만 있다면 그 돈은 당신의 경제적 혈관을 막히게 하는 콜레스테롤이 될 수도 있다고...


   돈이란 말의 어원처럼 돈이란 잘 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혈액이 우리 몸속에서 잘 돌아야 우리 몸이 건강한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우리 몸속의 혈액이 심장이 내뿜은 만큼 다른 곳으로 잘 흘러가서 온 몸의 세포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나눠주는 역할을 성실히 해야 우리 몸이 건강한 것처럼, 돈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잘 돌고 돌아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개인이 많은 돈을 꽉 움켜쥐고 다른 곳으로 가게 쓰지도 않고 보유하고만 있다면? 그 돈이 썩어서 구린내를 풍기며 그 사람을 파멸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면 그건 나의 망상일 뿐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어 그 돈을 가지고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걸 원하지만 그건 어쩌면 운동은 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기만 해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태울 수 있는 열량만 섭취해서 일하고 활동하고 휴식을 취하고 또 끼니때가 되면 그만큼의 열량만 섭취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 스스로 자연의 일부로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어쩌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대량생산과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온난화, 이상기후로 신음하는 지구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내 힐링 코스의 초입 부분


   비번날이면 나는 집 뒤에 있는 조그만 산에 오른다. 요즘 어디나 그렇듯이 그 산에도 둘레길이 잘 조성이 되어 있는데 한 바퀴를 돌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조금 뜨거운 날씨지만 산에는 나무들이 많아 그다지 덥지 않게 한 바퀴를 돌 수가 있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그 둘레길을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걷다가 땀이 슬쩍 나면서 드는 생각은 '이 시간과 둘레길이 너무 좋아서 영원히 빼앗기지(?) 않고 싶다'는 것이다. 천만금을 준다 해도 이 둘레길을 도는 나만의 시간은 누군가와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나에게 유일한 힐링 코스인 이 둘레길이 없다면 나는 소방서 생활에서 얻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어디 가서도 풀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힐링 코스 중간쯤에 있는 연리지(부부목)-세상 살아가다 보면 누구라도 이렇게 다른 누군가와 얽매이며 사는 거겠지?


   하기야 물과 공기처럼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값이 없다고 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값어치를 매길 수 없으니 이젠 돈에 더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나와 우리 식구들이 꼭 생활에 필요한 것만큼만 벌고 쓰고, 나머지는 이 산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연에 기대에 살아가고 싶다. 


힐링코스 초초입에서 만난 새끼 사마귀-동물들은 이렇게 자연에 기대어 사는데...


   젊을 때는 돈을 많이 벌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오르는 부동산에도 올라타 봤고 주식과 비트코인에도 발을 담가봤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흘러가는 강물을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들이야 오르던 내리든, 흘러가게 놔두고 난 그냥 풀밭에 누워서 꽃향기를 맡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것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강물에 옷을 버리고, 어둑어둑해져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잊어버리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향기에 취해 누워 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집으로 가자. 집으로 돌아가서 문을 열면, 따뜻한 집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내와 입을 맞추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웃으며 그릇에 담긴 옥수수 수프를 먹을 것이다. 단, 너무 배부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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