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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Nov 30. 2020

폭식 일기의 효과

폭식을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음식 하나,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폭식을 하고  후에는  폭식을 하게 되었는지,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 하다 못해 ‘스트레스라는,  실체를 뚜렷하게 증명하기도 힘든 원인이 종종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폭식도 마찬가지로 무언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발병했고,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욕심이 폭식을 낳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다이어트를 놓고 오로지 폭식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할 때도 나는 폭식에 시달렸다. 체중과는 별개로 많이 먹는 것을, 음식 생각을 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폭식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폭식 후에는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심하게 자책을 하게 된다.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폭식을 원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내가 폭식을 하고 나면 내가 얻는 것은 과연 하나도 없는지, 내게 남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했다.

폭식의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해보게 되었다. 폭식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을 약간 잃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폭식  무기력과 우울, 자책 속에서 폭식을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내게 보이기에도 창피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폭식 후에는 최대한 기억이 생생할  폭식 전후의 상황에 대해서 적기 위해서 노력했다.

의무적으로 칸을 매일 채워나가도록 아예 엑셀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날짜와 요일을 세로축에 미리 적어 놓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먹은 음식, 폭식 욕구의 여부, 폭식 여부, 기타 나의 감정 칸들을 가로축에 만들어 비워 놓고 매일 적도록 했다. 폭식을 하지 않은 날은 폭식 욕구가 있었는데 참은 것인지, 참았다면 어떻게 참는 것이 도움이 됐는지에 집중해서 썼다. 폭식 욕구 자체가 없었던 날은  날의 상황이 어땠길래 폭식에 대한 욕구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썼다.

폭식을  날은 최대한 기록을 자세하게 하려고 했다. 폭식을 하기  상황이 어땠는지, 폭식에 대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폭식은 어떤 음식들로 했는지, 폭식 후에 마음이 어땠는지, 폭식 후에 몸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썼다. 나는 폭식 기록을 통해서  행동의 패턴을 발견하고 싶었고,  몸에 내가 해를 가하는 원인을 이해하고 싶었으며, 폭식이 나의 마음과 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봄으로 인해서 앞으로의 폭식을 방지하고 싶었다.

폭식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가 아침에  음식을 먹은 , 혼자 집에 있는 , 활동량이 많은 , 하루 동안 먹은 양이 부족한 , 특정 과자를 먹은   등에 폭식을 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이지만,  몸이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니 비슷한 트리거, 혹은 자극이 반복되는 것을   있었다.  트리거들을 알고 나니까 의식적으로 피할  있었다. 예를 들어, 집에 혼자 있을  폭식을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사람들과의 약속을 만들려고도 했고, 약속이 없더라도 카페에 커피라도 마시러 나가려고 했다. 물론 이런 트리거들을 안다고 폭식을 멈추게  것은 아니었다. 집에 영원히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고,  모든 상황을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나의 식욕을 자극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확실히 폭식의 빈도를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됐다.

폭식 후에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했는데,  기록을 하는 것은  가지 효과가 있었다. 먼저, 내가 폭식 후에  얼마나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스스로를 혐오하는지를 생각함으로 인해서 폭식 전에  번씩 ‘분명  시간 후에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식을  것이냐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있었다. 이렇게 묻는 것은 종종 전혀 효과가 없었다. 폭식의 시작은 찰나의 충동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미처 이런 질문을 내게 묻고 마음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 충동적인폭식을  , 그러니까 마트 과자 진열대 앞에 서서 폭식을 위한 쿠키를 살까 말까 고민할 때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분명히 폭식 후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고, 폭식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에 쿠키를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있기 때문이다.

 번째 효과는 내가  몸에 해를 가하는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상했다. 폭식은 분명  몸에 해를 가하는 것이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고를 하는 성인이라면 몸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멈춰야 했는데 어째서 나는  년째 폭식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점점  나를 심하게 아프게 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나를 대놓고 미워하고 우울해할 확실한 원인을 원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꽤나 오래 우울증 증상이 있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허우적대고 처졌다.  몸이 이런 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에, 차라리 폭식을 해서 우울함에 대한 확실한 원인, , 우울증에 대한 통제를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이유는 즉각적인 환희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음식을 마구 먹고 나면 순간적으로 뇌가  하늘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금방 좋아졌다.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을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시간에 기분을 좋게 만드는 법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 폭식이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폭식 일기를 작성하는 것을 통해서 나의 폭식에 대한 이해를   있었다. 무슨 문제든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완벽하고 확실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폭식 일기를 통해 식욕 충동 트리거를 이해해서 나를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켜서 조금이나마 폭식의 빈도를 줄일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내가 폭식을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 솔직하게 생각해 봄으로 인해서 단순히 식욕의 문제가 아닌  아래에 숨겨진 나의 문제, 우울증 원인 통제와 스트레스 해소법, 대해서 고민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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