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남동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완. 초. 작. 브런치로 작가 되기 -1-]
사실 난 소설을 올려 볼 생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쓰기 시작한 소설 하나를 끝내고 나니, 이렇게 완성된 소설을 갖고 내가 뭘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보통 뭘 해야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고,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신문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브런치에 소설을 올려 실제로 책을 출판했다는 황보름 작가님의 인터뷰 기사였다.
소설을 쓰기만 했지, 그 소설로 뭘 해볼 계획이 없었던 나는, 황보름 작가님의 책 휴남동 서점 인터뷰 기사를 통해 브런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는 내가 쓴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운이 닿는다면 그렇게 올린 글을 책으로 출판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나는 바로 브런치 사이트를 방문해 보았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좀 특이했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작가 등록을 하려면 직접 작성한 글들을 신청서에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흐음.. 글이라... 그때까지 나는 써둔 소설 외에 딱히 다른 글을 써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소중한 소설의 일부분을 신청서에 함께 제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랜 고심 끝에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글을 하나 둘 적기 시작했다. 세 개 정도 글을 적었을 때, 하나하나씩 등록해서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며칠 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작가라니... 그 달콤한 단어로 나를 불러주는 브런치에 빠져들게 된 순간이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위해 썼던 그 글들은, 이후 내 에세이 책에 그대로 각각의 에피소드들로 담기게 됐다. 휴남동 서점이 내게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눈으로 만들어진 듯, 굴리면 굴릴수록 점점 커져 생각지도 못한 길을 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