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뚠뚠 Aug 08. 2021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아련한 파도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 이제 돌하르방이나 해녀만큼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 이 노래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바로 가수 최성원 씨가 부른 ‘제주도 푸른 밤’이다. 그룹 들국화를 좋아했던 탓에 최성원 씨에 관한 내용을 포털에서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


들국화가 잠정 해체한 후 모든 것에 지쳐있던 최성원 씨는 아무 생각 없이 며칠 푹 쉬고자 선배가 살고 있던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마침 제주도에 살던 선배에게는 어린 딸아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 아이에게 나중에 서울 가면 네가 등장하는 노래를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서울로 돌아온 최성원 씨는 실제로 그 노래를 만들었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제주도에 대한 아름다운 감상과 어린 소녀와의 약속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제주도 푸른 밤’이라는 거다. 그 소녀의 이름이 '김푸르매'였는데 다들 알다시피 제주도 푸른 밤의 마지막 가사는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이다. 최성원 씨는 들국화 멤버인걸 떠나 이 에피소드 하나 만으로도 참으로 멋진 분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꼬마와의 약속을 저렇게 멋지게 지켜 내다니!   

  

앞서도 얘기했지만 ‘제주도 푸른 밤’ 노래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가사는 ‘모든 걸 훌훌 벌리고 떠나자’는 부분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로망 한번 가져보지 않은 적 없을 것이다.     


결혼 10주년 기념 제주여행


2010년 결혼을 했고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0년. 결혼 10주년이 되었다.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다녀왔기 때문에 예전부터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은 아이를 데리고 하와이를 다시 가보자는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그놈에 코로나 때문에 그 계획은 일찍이 포기.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제주도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코로나 시국에 대안으로 많이들 찾는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분위기여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물론 예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제주도를 즐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떠나기로 했다. 비록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떠나진 못했지만.    

 

원래부터 무언가 놀 궁리를 하고 계획을 세우는 걸 즐겨하는 성격 탓인지 제주도 여행 스케줄을 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니 무척 즐거웠다.  '어느 곳에 어떤 숙소를 잡을까?', '가서 뭐하고 놀지?', '이 집이 맛집이라던데 가볼까?' 등등. 무릇 여행이란 이렇게 가기 전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운 게 아니겠는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여러 나라 다양한 도시를 다녀본 내가 내린 결론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 안이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이라는 거다. 막상 공항에 도착해서 인파에 시달리고 불편한 비행기에서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있다가 현지에서는 말도 안 통하고 너무 춥거나 덥거나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시차도 적응 안돼 계속 졸기만... 얘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아무튼 이러한 해외여행의 불편한 부분이 상당 부분 해결된 곳이 바로 제주도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시국에 해외는 가고 싶어도 못 가기도 하지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4박 5일 동안의 결혼 10주년 기념 제주도 여행은 대만족이었다. 혹시 아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자리를 빌려 즐거웠던 우리 가족의 제주도 여행의 포인트들을 공개해보고자 한다. 물론 즐거움의 주체는 초등학생 딸아이다.    


제주도 제대로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로는 ‘어디 숙소를 잡을까’ 하는 부분이다. 우선 숙소만큼은 번잡하지 않은 한가한 곳으로 잡고 싶었다.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고급 호텔도 좋고 새로 생겼다는 리조트도 좋지만 복잡한 서울을 벗어났으니 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비교적 사람의 발길이 덜한 '표선'이란 곳에 펜션을 잡게 되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이 펜션은 사실 아내가 검색 중 발견한 곳인데 다녀온 사람들의 평도 모두 호의적이었다, 공항에서는 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귀포나 성산일출봉 쪽 심지어 한라산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 위치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관광지라기보다는 실제 주민 분들이 사는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제주 살이를 경험해본 거 같아 좋았다. 동네 곳곳에 인스타에 나올법한 예쁜 카페며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게다가 문을 열면 펼쳐지는 감귤밭의 풍경은 이곳이 정말 제주도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껏 제주도에 가서 여러 관광지의 숙소만 다녀본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하는 곳이 '표선'이다.     


두 번째론 ‘뭐하고 놀지’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딸아이는 뭔가 멋진 풍경이나 경치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배를 타거나 산에 오르는 등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오히려 소소한 체험을 즐겨하는 편이어서 그 점을 고려해 계획을 짰었다. 제주도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감귤 따기 체험, 승마 체험도 물론 다 좋았지만 그중 압권은 ‘해녀 체험’이었다. 해녀 체험이라고 해서 실제 물에 들어가서 전복을 따오는 건 물론 아니다.    


제주공항 근처에 해녀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찾아갔다. 먼저 좋았던 건 단순히 복장만 대여해서 사진을 찍고 마는 것이 아니라 촬영 직전에 우리 가족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제주 해녀에 관한 역사나 기본 상식들에 관해 간단하게나마 강의를 해준다는 점이었다. 강의를 듣고 난생처음 입어보는 해녀복장으로 갈아입은 다음 스튜디오 바로 앞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작가님의 리드에 따라 여러 가지 포즈를 잡으면서 사진을 찍게 된다. 1시간 넘게 소요됐던 것 같은데 이런 콘셉트의 촬영은  오직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거라 더욱 뜻깊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실제 딸아이의 반응도 가장 좋았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늘 배고픈 아빠에게는 가장 중요한 ‘뭘 먹지’의 부분이다.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각자 입맛들이 다양해 특정 식당이나 메뉴를 추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흑돼지를 구워 먹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흑돼지를 넣은 피자도 먹어보았는데 나쁘지 않았고 내 팔뚝보다 큰 갈치도 맛있었고 해물라면에 딱새우에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김밥까지...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제까지 살면서 먹어본 것 중에 특별하게 맛없는 걸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는 터라 다른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 추천할 자격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안심할 만한 건 제주도 어지간한 식당은 얼추 다 맛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 그러고 보니 흑돼지로 만든 탕수육을 파는 중국집이 있다는데 그 집엔 꼭 가보고 싶다. 제주맥주 한잔까지 결들이면 카아..     


우리 가족의 제주도 여행 정보는 이 정도이다.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이나 제주도를 자주 다녀서 나보다 훨씬 제주도에 대해 많이 아는 분들이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정보겠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제주도에 여행을 가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쳐본다.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