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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뚠뚠 Aug 08. 2021

아빠 우리 만화 보러 갈까?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우리 가족의 흔한 일요일 오후 풍경. 점심도 배불리 먹었겠다 주말 내내 했던 인형놀이도 시큰둥해지고 어디 나가고 싶긴 한데 마땅히 멀리 갈 형편이 되지 않을 때 딸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아빠 우리 만화 보러 갈까?  

사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다. 만화책도 책이라 그랬던 건지는 모르지만. 그랬던 내가 만화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만화방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아내와 연애시절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게 되면서부터다.    


엄마와 아빠의 데이트 장소 만화방

 

지금의 처가 그러니까 당시 여자 친구의 집 근처에 조금은 오래된 만화방이 있었는데 데이트 도중 우연한 계기로 그곳을 찾게 되었다. 최신식 시설이라고는 볼 수 없는 조금은 허름한 인테리어에 우중충한 느낌의 아저씨들이 잔뜩 앉아있는 다시 말해 전형적인 데이트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재미있게 보고 가려는 생각으로 앉았는데... 이게 웬걸! 평생 도서관 등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독서에 대한 집중력이 솟구치는 거다. 만화가 이렇게 재밌었던 건가? 게다가 세상만사 모든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로 먹거리 부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잘 알겠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만화를 보면서 먹으면 왜 그리도 맛이 나는 건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라면은 당연하고 노릇노릇한 쥐포구이도 일품. 하물며 다른 곳에서도 늘 접하던 과자 까지! 그곳에서 만화를 보며 하나씩 집어먹다 보면 어느새 한 봉지 뚝딱이었다.     


그렇게 만화를 보며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4~5시간은 금세 지나가기도 했다. 아내는 지금도 추리물을 좋아해서 그때부터 <명탐정 코난>을 처음부터 정독했었고 뭔가 어른 냄새나는 작품을 좋아했던 나는 <시마과장>이란 만화를 꾸준히 읽었다. 그래서 우리 커플은 그 후로 틈만 나면 만화방을 찾아 데이트를 그리고 만화책 보기를 즐겼었다.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결혼생활이 그렇듯 아이가 생기고 나니 만화방은 우리 부부가 흔히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잠깐씩 만화방 데이트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이유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통에 부모님들이 당황하시고 결국 편치 않은 마음에 우리도 만화를 보다 말고 아이를 보러 돌아갔던 적도 있었다.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아이를 떼놓으면서까지 부모님을 진땀을 속 빼놓으면서까지 만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점점 만화와 멀어지고만 있었는데... 다시 시간이 흘러 딸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예전에 아내와 했던 만화 데이트를 이제는 딸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언젠가부터 휴일에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 우리 가족의 어김없는 선택은 바로 만화카페이다. 예전에는 만화방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젠가부턴 깔끔한 인테리어에 커피숍처럼 커피도 팔고 어지간한 식당 못지않게 다양한 음식도 있어 20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만화카페를 더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딸과 함께 즐기는 만화카페의 매력  


만화를 보러 가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만화카페에 도착. 우선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주로 2시간 아니면 3시간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 후 최대한 몸과 마음이 편할만한 자리를 잡는다. 이제 본격적인 독서 타임. 딸아이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엉덩이 탐정> 시리즈를 읽고 나는 그 옛날 데이트 시절부터 읽어왔던 <시마과장> 시리즈 -이제는 시마 회장이 되었다- 를 읽는다. 물론 요즘 나오는 웹툰을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만화책을 보는 매력은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열심히 만화책을 읽다가 목이 마를 때면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더구나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이렇게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최대한 자유분방한 자세로 만화책을 읽다 보면 이런 걸 바로 신선놀음이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 물론 책 읽다 졸리면 바로 눈감고 자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우리는 아직까지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설치되어있는 스크린을 통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빼놓을 수 없는 간식 코스. 집에서는 가능하면 라면 같은 음식을 안 먹이려고 하는데 이런 곳에 나오면 그래도 허락하는 편이다. 딸아이도 그걸 아는지 꼭 만화카페에 와서는 라면을 먹자고 한다. 도대체 라면에 무슨 조화를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끓이면 도저히 낼 수 없는 탁월한 맛을 자랑하는 라면. 그 라면을 딸아이는 참 맛있게도 먹는다. 근데 참 이상한 것은 계속 맛있다고 하면서 왜 남기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다. 맛있는 걸 남겨본 적이 없는 아빠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남은 라면은 아빠의 몫. 아무튼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읽고 보고 마시며, 멀티로 문화를 즐기면서 두세 시간을 보내봐야 가격은 2만 원이 채 나오지 않는다.      


어느새 예약한 시간이 다 지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만화책을 정리하고 계산을 하고 주차권을 받고서는 카페 문을 나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딸아이는 백이면 백 이렇게 외친다.     


아빠 우리 다음 주에 또 만화 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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