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세 번째 이야기

by 박뚠뚠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라면을 끓여먹겠다고 할 때마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몸에도 안 좋은걸 왜 자꾸 먹어!"

물론 난 이런 타박에 아랑곳 않았다.

"맛있는 걸 어떡해!"

라며 죽어라 말 안 듣고 때마다 라면을 먹었다.


하지만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고 보니

어머니가 왜 늘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새끼 입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것이 들어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좋은 것만 찾아 먹여도 모자랄 마당에

하물며 라면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그 옛날 군 시절,

아마 주임원사 분이셨던 것 같은데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가문 논에 물대는 소리와

내 새끼 입에 맛있는 거 들어가는 소리다.


당시 어린 나로서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그 뉘앙스는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내 아이가 먹는 음식만큼은

맛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해먹이고 싶었다.


사실 1남 2녀 중 막내로 자란 나는

'귀남이'었을 것만 같다는 예상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 부엌일이 아주 익숙했었다.

무슨 선견지명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나중엔 남자도 다 할 줄 알아야 할 거다"라며

가족들이 다 모여 TV를 보는 주말 저녁에도

막내아들에게 설거지를 시키기도 하셨다.


설거지뿐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는

도넛을 튀겨 먹거나 볶음밥 정도의 요리는

뚝딱해먹는 정도의 실력이 되어 있었다.


사실 지금도 나에겐

요리나 설거지 같은 주방 일이

전혀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자연스레 아이가 먹는 음식도

나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매일 거창한 요리를 한건 아니었다.

큼직한 참치살이 들어간 김치찌개를 끓이고,

스팸을 잘게 썰어 넣은 계란말이를 하고,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넣어 멸치를 볶고,

어묵볶음에, 감자조림에, 떡볶이에,

냉장고에 재료들이 남아있다 싶으면

몽땅 부어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아빠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엄지 척을 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내 새끼 입에 맛난 거 들어가는 모습은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요즘도 점심을 먹으며

'저녁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어떤 요리를 할까'

고민하고 또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곤 한다.

이런 마음도 몰라주는 무정한 딸은

아빠에게 이런 일침을 날린다.


"아빠 먹는 얘기 좀 그만해!

밥 먹고 있는데 또 무슨 먹는 얘기를 해?!"


딸! 이 세상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내 새끼 입에 맛있는 거 들어가는 소리래.
앞으로도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KakaoTalk_20210320_204303839_09.jpg 아빠 요리는 언제나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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