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이사, 그리고 스스로 '맞춤꾸밈'을 허락하지 않은 건에 대하여
혼자 독립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어버린 요즘,
벌써 3번째 이사를 마쳤다.
1년 반도 안 된 사이에 3번의 이사라니,
(물론 첫 집은 구해놓고 직장 때문에 급하게 이사,
두 번째 집은 만기를 채우고 이사하긴 했다.)
내 사주에 아무리 역마살이 강하다지만, 이건 역마도 너무 심한 역마가 아닌 가 싶다.
3번의 공간을 옮기면서 집 크기도, 위치도 모두 제각각인 덕분에,
나는 본의 아니게 '이사의 달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사를 많이 다닌 덕분에 짐이 쌓일 시간도 남들보다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쌓을 짐도 큰 가구 몇 개 - 침대나 책상 정도- 빼고는 크게 없던 터였다.
사실 첫 집과 두 번째 집에서는 크게 짐을 갖다 놓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첫 집은 공간이 너무 좁아서 (4평 남짓) 그랬고,
두 번째 집은 첫 집보다 공간도 넓고 무려 복층이 있는 집이었지만,
'어차피 1년 지나고 나갈 건데'하는 생각에 크게 짐을 들이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세 번째 집으로 오고 나니, 내가 문득 크게 잘못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내 취향이나, 나에게 편한 대로 맞춰 놓지 않은 채,
그냥 '집'에 맞춰 살게 되는 삶을 무려 1년이 넘도록 했구나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세 들어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고치고 부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쩐지 나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이렇다 할 '맞춤꾸밈' (커스터마이징)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또 떠날 공간이라 그랬을까.
그러다 보니 집에 있긴 있어도 늘 약간은 떠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안온한 기분이 아니라,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타고난 역마살이 강해서 그런지,
어딘가 정착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PS. 참고로 세 번째 집에서는 내 취향/내 편의에 맞춰 공간 세팅 중이다.
이번에는 오래 정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