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다.
오늘과 1월 1일이 ctrl v와 ctrl c처럼 그 날이 그 날일 테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사뭇 진지하다. 조심스럽게 내년의 굵직한 계획도 세워 보고, 자그마한 목표도 몇 개 정해 보았다.
이젠 소망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이뤄가야 함을 알고, 작심삼일이란 큰 산이 버티고 있는 것도 모를 리 없지만 누가 뭐래도 새해의 이벤트는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소망을 빌어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마지막 날까지 너무 성실하게 하는가 싶어 뜬금없이 설날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그저 한자의 풀이만 예상했던 설날의 유래가 의외로 귀엽고 진지할 줄이야.
<설날의 어원>
1. 낯설다 '낯설다'의 어근인 '설'에서 유래하여 첫날을 마주하는 자세가 낯설다고 하여 붙여진 의미
2. 선다 '시작하다'의 의미의 '선다'와 '날'의 결합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선날'이 '설날'이 되었다는 의미
3. 삼가다의 옛말인 '섧다'에서 유래되어 선조들이 새해 첫날에는 나쁜 행동을 삼가고 행동과 마음가짐을 조심했다는 의미
세 개의 어원 모두 마음에 든다. 특히 세 번째는 신체와 정신을 새로이 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할 선조들의 태도가 짐짓 귀엽기도 하고, 행동과 마음가짐을 조심했다는 항목에서 진지하기까지 한데, 반면 나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날을 맞았구나 반성이 된다.
내친김에 떡국은 왜 먹는지도 찾아본다. 할 일이 많지만 오늘은 2019년의 마지막 업무이니 딴짓 좀 해도 되지 않을까. 다 못하면 내년의 내가 하겠지 뭐..
<떡국을 먹는 이유>
1. 길게 뽑은 하얀 가래떡은 장수와 집안의 번창을 의미한다.
2. 둥글게 썬 가래떡 모양이 옛날 엽전을 닮아 이 떡을 먹으며 새해에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기를 소망했다.
3.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버리고 하얗고 뽀얗게 새롭게 태어나란 의미가 있다.
3. 예전에는 떡국에 꿩고기를 넣었는데 꿩이 없다면 비슷한 닭고기를 사용했다고 하여 '꿩 대신 닭'이란 말이 나오게 됐다.
할머니는 설 새벽부터 하얀 쌀을 정미소에 가져가 따끈한 가래떡으로 바꿔 오셨다. 그걸 썰어 떡국도 해 먹고, 그냥 꿀에 찍어 먹기도 하면서 설을 보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쌀을 빻아 떡으로 만들어 먹을 생각을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마트에서 쌀떡과 디포리, 좋아하는 김치 왕만두를 사놓고 내일 아침을 기다리는 행복이 유년 시절과 비슷한 것도 같다.
1989년에 했던 ‘2020 원더키드’ 만화를 실제 2020년 1월 1일에 한다고 한다. 그때 2020년은 정말 우주선을 타고 맘껏 하늘을 나는 사이보그적인 세상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운전이 미숙해 교통카드를 찍고, 열심히 일하고, 먹고, (돈) 쓰고 (글도) 쓰면서 하루하루 무탈하게 보낼 2020년을 그린다.
그리고 떡국 떡도 많이 건져 먹어 저금통에 동전 넣듯 내 배에 풍요로움을 가득 채워볼 요량이다. 큰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좋아하는 책을 맘껏 사서 읽고 분기별로 일일 클래스도 듣고, 계절마다 예쁜 옷과 액세서리 하나씩은 살 수 있을 정도로 벌고 싶은 마음을 떡국 한 그릇에 담아보겠다. (그러려면 남편에게도 떡국 한 가득 퍼주어야겠네.)
좀 더 바라자면 올해 마음이 많이 아팠던 분들이 내년에는 마음이 덜 아프기를 소망한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갈 수 있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것말고도 세계 평화를 위한 멋진 소망도 말해보고 싶지만 그릇이 작아 일단 내 주변의 작은 사람들 세계만큼이라도 평온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그 사람들의 선한 영향이 점차 퍼지기를 희망한다.
<새해 떡국 드시고 ‘적게 일하며 돈은 많이 버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