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환상

감기약은 넝쿨처럼 끈적거리며

by 밝둡

부풀어 오르는 볼이

발갛게 터지는 것을

보아하니


빵으로 벌려진

눈 부서지는 입술 곁에

ㄴ,

몰래 올라탄

뒷모습의 꼭대기에 달려 있던

삐져나온 마음 걸쳐있다.


고드름이 잠에 들기 전에

들린다는 그 광장에서

부터,

하루 종일 재수 없게 다리 떠는

어느 문지기가 지켰던 오후 2시를

향해,

적나라하게 꺼내 놓은

누군가의 팔린 이야기를 씹어 삼키며

따로 그리고 같이

걷고

빚어내

ㄴ,

벤 빛의 길

길이 붙여준 이름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너

너를 제외한 부풀어 오른 볼

내가 빠진 들린 광장


시끄러운 침묵 속에서

일직선으로 걷고 있는

이쁘지 않은 소리를 가진 오후 2시

제자리를 향한 건조한 돌진의

까다로운 변주

혹은 결심과 반성문



오후 2시가 쪼개진다,



오늘도 눈앞에는

대충 쌓은 벽돌사이의 틈같이 생긴 남자 하나가

내 앞을 지나갔다.

다신 보기 싫은 머리모양이어서

매일 내게 보여주며 지나가고 있다.

육십 년대 만을 빛냈던 코드의 핑크빛 후드티를 입고

짝 달라붙은 칠부바지의 끝에는

슬픈 눈의 엄마가 느껴지는 양말이 성실하고 팽팽히 자리 잡고 있다

그 양말의 끝과 바지의 끝사이로 보이는

수평선같이 아련히 흐르는

빛나는 가로선에

혀를 심장처럼 물고 채우고 있는 손의 끝에 잡힌

자연의 적막하고도 세밀한 것과 다른

크레파스로 대충 채운듯한

살색이 찍혀 있다.


그 남자의 의무는

나의 지루함을 잠재웠고 짜증을 깨운다


가방 안에서부터 기어 나온 유선 이어폰은

귀의 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허세로부터 오른쪽 어깨와 지나치게 큰 엉덩이가 밀리듯이

걷는 걸 보니

힙합을 듣는 게 분명하다.


아, 감기의 끝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콧물은

참으로 귀찮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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