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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Sep 01. 2023

맘카페의 순기능

전업맘의 능력치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보력입니다. 교육을 필두로 의료와 식자재, 여행과 오락 등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며 공유하지요. 지금이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육아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시초는 맘카페였습니다. 각종 학원과 병원은 물론 맛집과 카페까지, 동네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창구와도 같달까요. 잦은 이사로 인해 저는 맘카페 덕을 많이 본 경우입니다. 스케일링을 아프지 않게 잘하는 치과라든가, 남자아이 커트를 잘하는 미용실 등 그 지역 사람들만이 아는 세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지요.     


언젠가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게 바로 열이었죠. 고작 엄마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아이가 울다 지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황급히 찾은 건 맘카페였습니다. 이미 이 모든 상황을 겪어본 선배 맘부터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지 맘들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아이를 둘러업고 야간 진료 하는 병원을 찾아 입원하기까지, 맘카페 덕분에 꽤 신속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퇴원을 하고 아이의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도 맘카페 문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지요.   

  

맘카페에 가입했다고 해서 조건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등급이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나고 댓글과 게시물을 올릴 수 있으니 꾸준한 참여가 중요합니다. 나름 귀중한 정보를 얻었으니 내가 아는 것들을 나눠야겠다는 무언의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사실 나눔은 정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맘카페 안에서 거래도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지금처럼 중고거래 장터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고요. 얼마 되지 않는 나눔에도 기꺼이 찾아가고 찾아오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간식 몇 개 쥐여주고 놓고 오는, 그 정겨움이 좋았습니다.     


종종 교류도 일어납니다. 저 역시 맘카페를 통해 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습니다. 첫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이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공간도 사람도 낯선 환경에서 의지할 데라곤 맘카페밖에 없었습니다. 신도시 특성상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들이 많았던지, 비교적 빨리 그 대상을 만날 수 있었지요. 사람이 좋아지니 동네에도 정이 갔습니다. 집이 생활권의 전부인 전업맘에게는 두루두루 순기능인 셈이었죠. 눈과 귀를 사로잡는 소셜네트워크가 줄줄이 등장하면서 맘카페에 투자하는 애정도 어느새 시들해져 갔지만요.    

  

따뜻한 일화와 불편한 이슈가 번갈아 가며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아이러니 때문일까요. 맘카페도 이전의 활황기는 벗어난 듯 보입니다. 저 역시 그저 출근 도장 찍듯 방문하는 맘카페에서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갈 뿐입니다. 간혹 눈에 띄는 제목이 있지만, 여유가 없다면 굳이 클릭하지 않지요. 하지만 어느 날 밤, 우연히 열어본 누군가의 글이 마음을 붙잡을 때도 있습니다. 친정엄마도, 남편도, 친구도, 도저히 의지할 데 없는 그녀가 선택한 곳은 맘카페였나 봅니다. 어쩌면 한 번쯤 마주쳤을지 모를 동네 언니, 친구, 동생들에게 주저리주저리 토해낸 것일까요. 두서없는 글이 그녀의 긴박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습니다.      

태어나 십여 년간 살았던 동네는 엘리베이터 없는 5층짜리 빌라였습니다. 옆집도, 아랫집도, 심지어 1층 집까지 서로 얼굴을 트고 지냈죠. 특히 열대야가 덮친 한여름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대문을 열어젖혔더랍니다. 때문인지 옆집 조그마한 강아지는 우리 집을 제집 드나들 듯 돌아다녔고, 저는 아랫집 친구네에서 주전부리를 얻어먹기 일쑤였지요. 아마 엄마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이제 이런 풍경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지요. 이웃 간에도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세태에 모두 단단히 빗장을 둘렀습니다. 그럼에도 엄마들이 조용히 마음 한 조각 띄우는 곳이 맘카페는 아니었을는지요. 그날 밤, 우연히 마주했던 그녀의 글도 자기 일인 양 댓글을 남겨준 동네 엄마들의 마음을 안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녀의 아픔도 부디, 흔적 없이 사라질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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