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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21. 2024

나는, 솔로 다이닝의 서막

매니저라는 직업의 울타리에서 분주했던 나날들, 나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식탁을 공유했고, 우리의 대화는 접시 위 음식만큼이나 풍성했다. 그런 내가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고 강제로 쉬어가게 되면서,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맞이한 혼자만의 식사는 그야말로 적막감이 흐르는 전쟁터 같았다. 식탁 앞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이 자리에 정말 나 혼자인가?”라고 자문하고 했다.


처음엔 이런 변화가 두려웠다. “나 혼자서 밥을 먹다니, 이게 뭐지? 식당에서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세상에서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곧 이 모든 걱정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닫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아무도 내 식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서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처 번째 혼밥 메뉴는 짜장면이었다. 평소에는 배우들과 일적으로 만나는 상대방의 식사 취향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자주 먹지 못했던 메뉴였다. 그 순간 짜장면 그릇은 내게 자유의 맛이었다. 혼자 식사를 하며 느끼는 이 감정의 변화를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혼자 웃음이 나왔다. “나 이제야 제대로 내 선택을 했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고독한 식사가 주는 새로운 만족감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의 어색함을 지나, 나는 혼자 식사하는 시간이 주는 진정한 것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메뉴, 내가 원하는 속도, 온전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입속의 쾌감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평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사람들의 대화 소음이 배경음이 되어버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섬처럼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자신과의 대화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왜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진정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에 대해 사색할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질문들은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동안 조용히 생각하며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혼밥은 나에게 사회적 상황에서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되어주기도 했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정하는 일 없이, 나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해방감을 줬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와의 식사 자리에서 펼쳐지는 묘한 줄다리기 없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철저히 개인적인 시간으로 여긴다.


더 나아가 혼밥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면서 각각의 만남이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대화의 질과 만남의 진정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앞으로의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내게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 혼자 밥을 먹으며 얻은 평화와 집중력은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혼영(혼자 하는 여행)에 도전하게 되었고,  그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혼밥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성사해 주었다. 마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롭게 존재하는 무인도 같았다. 완벽함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지만, 동시에 “왜 이런 시간을 더 일찍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사람들과의 추억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해 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더 깊게 느낀다. 친구들, 함께 일했던 배우들, 동료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마음 한편으로 따뜻하게 해 준다. 그렇지만 이제는 완전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신, 나의 새로운 경험과 예전의 삶 사이에서 적절한 균현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경험들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과거와의 소중한 연결 고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위기는,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의 선물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으니. 이제 나는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인생의 각 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는 단지 나만의 여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여정이 될 것이라 확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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