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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May 05. 2024

회의 시간에 드는 잡생각들

어느 날, 무료한 회의 중에 내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회의실 공기는 무겁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의 뇌는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무언가로 바쁘다. ‘만약 지금 여기서 좀비가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무기를 들고 싸울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테이블 위의 스테이플러, 내 오른쪽의 물병, 아니면 좀 더 전통적으로 볼펜을 선택할까?


이 잡다한 상상은 내 무의식이 슬라이드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일탈이다. 이때 나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이런 생각들이 회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는 사실에 감사해한다. 모두가 중요한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나만 혼자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회의가 계속되면서, 나의 잡생각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불안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곧,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하는 환상으로 전환된다. 나는 로또에 당첨되어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상상을 하며, 어떤 열대 섬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나를 그려본다. 파도 소리, 코코넛 나무 그늘, 손에 들린 망고 주스와 함께.


이런 상상은 현실에서의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준다. 나는 이 잡생각들이 때로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나를 현재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도피하게 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줄 수 있게 도와준다.


회의가 끝날 무렵, 나는 자신의 잡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들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창의성과 유머감각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이 잡생각들은 나의 내면의 목소리와 더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회의 후, 나는 이런 잡생각들을 적어본다. 때로는 그것들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걱정하게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얻기도 한다. 이 작은 습관은 나의 자기 인식을 향상시키고, 내면의 목소리를 더욱 명확하게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내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곤 한다.


잡생각이라고 해서 모두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속에서 진정한 감정이나 숨겨진 욕구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이 잡생각들을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일종의 자기 치유의 방법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 회의 시간에 드는 잡생각들은 나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쾌한 탈출구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때로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 잡생각들을 통해 나는 스트레스는 관리하고, 삶의 소소한 재미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회의실의 지루함 속에서도, 내 마음속의 작은 이야기들은 항상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이런 식으로, 회의 사간에 드는 잡생각들은 단순히 지루함을 날려버리려는 회피의 개념만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더 행복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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