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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May 02. 2024

광고에 넘어가기 쉬운 나이

저녁 시간, TV 앞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이 바로 광고들이 나를 공격하는 시간이다. “이 새로운 안티에이징 크림을 사용하면 10년은 젊어 보인다.”, “이 미백 그림은 당신의 피부를 당장에 새로워지게 만들어준다.”라는 유혹의 광고 문구들. 마치 모든 제품이 내가 겪고 있는 노화의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해결책처럼 들린다. 나는 이런 광고를 보며 흔들리는 스스로를 질책하곤 한다. “또 시작이야, 마법의 크림 시간!” 하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광고들이 내 머릿속에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미묘한 불안을 심어준다. 아마도 그 크림이 정말로 내 피부를 더 젊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생각이 내 손을 자꾸만 온라인 쇼핑몰로 이끈다. 내가 이 나이까지도 광고에 쉽게 넘어가는 이유는, 이 모든 제품들이 내게 자신감과 젊음을 되찾아 줄 거란 환상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쇼핑몰 스토어 진열대 앞을 지날 때도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제품이 진짜로 나에게 필요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대답은 항상 “아마도?”다 특히 건강 관련 제품을 보면, 내 미래의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제품 하나하나에 마법이 있을 거라는 무의식 속 나에게 주문을 걸어준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러한 행동 덕분에 내 지갑은 나날이 가벼워지고 있다. 매장의 똑똑한 배치와 매력적인 포장은 내가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구매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끔은 이러한 충동구매가 나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서 보면, 필요할지도 모르겠는 건강 보조제가 어느새 내 서랍 속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또 낚였구나,”라고 혼잣말하면서도 다음번 쇼핑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패턴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법한 소비의 이면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은 광고에 넘어가기 쉬운 최전방이다. 화면을 스크롤하다 보면, 각종 광고와 팝업의 총탄이 나에게 날아온다. 그 총탄은 절대 피할 수 없다. “이것저것 다 필요한 거야!”라는 위협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극악무도하다. 그 순간, 나는 노련한 소비자라기보다는 흥분한 아이처럼 모든 것이 필요할 거라는 불안과 동시에 확신에 휩싸인다.


내 온라인 장바구니는 가상의 필요성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만 이 가격이야”, “한정 수량”, “지금 구매 시 추가 할인” 같은 문구는 나를 혼돈의 늪에 빠져들게 만들고, 그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이 순간 구매하는 것은 나를 늪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마법의 열쇠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구매한 물건들이 도착하면, 구매의 흥분은 종종 실망감으로 바뀐다. 실제로 그 많은 제품들이 내 일상에 그리 큰 변화를 주지 못할 때의 깨달음은, 이 모든 충동구매가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음번 쇼핑의 유혹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것은 소비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만이 아닌 일시적인 만족과 자기 위안을 추구하는 복잡한 심리적 과정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충동구매로 인해 버려지는 물건을 본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질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유혹에 충족하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평범함에 그 광고에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에 대한 의미 속에서 우리의 만족을 구현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평생 충동구매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충동이라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질책하는 과정에서 나와 얼마나 충실한 대화를 했느냐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난 충동구매라는 습관 평생 곁에 두고 싶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직도 여전히 이 충동이란 감정으로 무언가에 열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나의 충동구매의 패턴을 바꾸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비싼 물건이 아닌 저렴한 물건으로 나의 만족의 충동구매로 변화를 주고 있다. 내 경험상 이러한 충동구매가 완벽한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안과 평안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충동구매의 습관을 버리려 하지 말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소비라는 감정은 분명히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것이니, 이 감정으로 당신의 일상의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그 또한 무척 의미 있는 일상의 행동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충동구매로 이루어진 열정 가득한 아름다운 당신의 일상으로, 행복한 순간이 가득 채워진 하루를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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