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 Oct 03. 2022

발리에서 요가 선생님이 되었다

요가여행

발리의 요가스쿨로 떠날 때만 해도 나는 요가 선생님이 되겠다는 계획이 없었다. 인생에 대한 대단한 의문을 품고 떠난 것도 아니다.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혼자 명상과 요가를 지속하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더 배우고 싶어'. 나는 그저 더 깊은 수련을 원했다. 내 몸이 왜 그걸 원하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첫째주는 많이 아팠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첫날부터 세리머니를 보며 눈물이 터졌다. 꿈만 꾸던 현실이 눈앞에 있음에 벅찼다.

둘째 주도 역시나 울었다. 이때만 해도 한 달 내내 울 줄은 몰랐다. 예상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울음이 계속 터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만나주는 소중한 친구들도 만났다. 세상에 나를 맡겨보기로 한다.

셋째 주는 몸으로 세상을 만났다.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하던 이론, 철학, 믿음, 깨달음 무어라 부르든 그게 가슴으로 왔다. 사랑을 느꼈다. 사랑이었고 또 사랑이었다.

넷째 주는 나를 만났다. 아주 깊이 만났다. 되려 없던 의문들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분명해졌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결정을 이미 내린 내 몸은 머리를 기다린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면서.

-
요가스쿨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매우 즐거웠지만 매우 빠르게 지쳤다. 집에 가고 싶었다. 우붓에서의 마지막 날 요가매트 위에 다시 올라섰다.

'아, 이거다'

나는 말 그대로 살아났다. 에너지가 차올랐고 지난 열흘 간 우울했던 나는 없어졌다. 친구들이 바로 내 변화를 느꼈다.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고 해줬다.

-
그 후 2주간의 계획을 다 바꿨다. 발리 곳곳을 여행하는 대신 우붓에 남아 요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1-3개의 클래스를 들었다.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아주아주 멋진 친구들도 만났다.

요가는 나를 바꿨다. 60분에서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몸으로 느낀다.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충만해서 운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 공연에 미쳤던 20살의 나를 다시 만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떠났던 요가 여행은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알려줬다.

좋아하는 거 계속하고 살아라고!
더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거라고!
꿈꾸지만 말고 그 삶을 그냥 살아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고!

이전 03화 12개국에서 모인 14명의 요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